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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분쟁 한중전]삼성, 전략적 시장 중국 두고 결단…BOE 공세 높인다①전 직원·협력사 통한 기술유출 계속…'소송 카드'로 맞대응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09 10:24:45

[편집자주]

TV, 스마트폰 등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는 대한민국 대표 수출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21년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던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04년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으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기술과 인력을 탈취한 부분이다. 단순히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 노하우와 설계도면 등이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처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개척하면서 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이 투입됐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은 특허로써 보호하고 있지만 최근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지적자산(IP)에 대한 도용 침해가 늘어나고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법적 제재를 가하게 됐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밝힌 중국 BOE와의 소송전 배경이다.

양사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세계무대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OLED 분야까지 호시탐탐 노리면서 서로 간 견제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 OLED 선두주자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의 사업 전개 과정에서 자사 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가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한국-중국 디스플레이 대표기업, 소송은 소송으로 맞불

두 회사의 법적 다툼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보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는 "축적된 IP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 OLED 기술을 지키고 정당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행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인저드가젯, 모바일센트릭스, 가젯픽스 등 미국 부품 도매사 17곳이 외부 디스플레이 부품과 패널을 활용할 수 없도록 수입 또는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미국 내 다수 사설 수리업체에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등 리퍼비시 패널을 대량으로 납품해왔다. 여기서 활용된 제품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 등 핵심 특허가 상당 부분 침해됐다는 지적이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3년부터 도입한 기술이다. 이는 적색(R) 녹색(G) 청색(B) 픽셀을 45도 대각선 방향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한 방식이다. 인간의 망막이 G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해 G 소자를 작고 촘촘하게 늘려서 구성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4건에 대한 침해를 주장했는데 아이폰12·12프로, 갤럭시S9~S22 시리즈 등에서 관련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송 근거로 미국에서 IP 보호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관세법 337조'를 들었다. 이 조항에는 미국에 등록된 특허, 저작권,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등 제품 수입, 판매에 있어 불법적인 행위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ITC 건은 사실상 BOE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7개사가 주로 중국산 패널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고 대부분 BOE가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후 ITC 소송 절차가 이어지는 와중에 BOE가 보복 조치에 나섰다. 지난 4월 자국 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법인, 중국 파트너사 등에 특허침해 소송을 건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맞대응 차원에서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미국 텍사스주 동부법원과 중국 법원에 BOE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BOE로부터 조달하던 LCD 등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9월에는 ITC가 특허침해 소송 관련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8개 청구항 용어해석을 전부 인용하기도 했다. 청구항은 특허의 권리 범위를 기술한 설명서다. 이를 근거로 소송 당사자들이 주요 기술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리기 때문에 특허침해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꼽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스플레이 다이아몬드 픽셀 / 출처 : 김도현 기자

◇특허침해 이어 기술유출로 이슈 확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ITC에 BOE와 자회사 등 8곳을 영업비밀로 제소하면서 이번 기회에 법적 분쟁을 확실히 끝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해당 건은 진행 중인 특허침해 소송과 별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전 법적 분쟁과는 구분 짓고 싶다. 단순 특허침해가 아닌 기술유출 영역으로 넘어왔다. 여러 루트로 영업비밀을 빼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2017년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톱텍을 통해 OLED 패널 및 모듈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톱텍 전 대표 A씨와 관련자들은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실형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톱텍과 1500억원을 투입해 3차원(3D) 라미네이션 설비를 무단으로 BOE 등 중국 고객에 넘겼다는 것이 골자다.

수년의 소송 끝에 유죄가 확정되자 자신감을 얻은 삼성디스플레이는 타깃을 BOE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인력영입을 통해서도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고객과 사업장을 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공격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만큼 기술과 인력 유출 피해가 컸다는 판단이자 중국의 추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사장은 "지적자산 도용은 경쟁력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OLED 선두주자로서 건강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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