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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차전지 해부]전기차 시장 '주춤', 뒤늦게 참전한 롯데는 지금①롯데에너지머티, 배터리·소재 '단기 수요 부진' 우려…버팀목 될 재무구조

김위수 기자공개 2023-11-13 07:22:14

[편집자주]

원료, 소재부터 완제품인 셀까지. 이차전지 사업은 그 자체로 기업가치 '레벨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이중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주목받은 포스코·에코프로는 올해 중 주가가 말그대로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재계 6위 그룹인 롯데 역시 화학 계열사들의 사업 중심을 이차전지로 이동시키기 위해 거금을 투입했다. 신동빈 회장의 베팅은 성공할까. 더벨이 롯데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을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주의 급등을 본 투자자들의 심경이 담긴 한탄! "나만 없어 이차전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한때 롯데케미칼의 라이벌이었던 LG화학이 일찌감치 미래 수익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이차전지 사업 육성에 나섰다. 반대로 롯데케미칼은 기존 먹거리인 석유화학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상반된 전략이 낳은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2020년 들어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결국 뒤늦게 2조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고 있던 일진머티리얼즈(현재 롯데머티리얼즈)를 인수하게 됐다.

◇이제 시작했는데, 전기차 시장 눈높이 하향

롯데그룹이 이차전지 사업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은 지난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그룹사 편입 이후일 것이다. 이전까지도 화학 계열사를 통해 진행해 온 이차전지 유관 사업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만 핵심 소재와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기에 롯데그룹이 이차전지 사업을 한다는 인식은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갖춘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일은 하나의 메시지가 됐다. 롯데그룹이 이차전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영 좋지 않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시현했던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혼다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소재 업체들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직접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배터리 업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소재 업체들의 충격이 크다. 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양극재 업체들은 올 3분기 줄줄이 '어닝쇼크'를 겪었고,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 등 동박 업체들은 일제히 적자 상태다.

롯데 그룹사가 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 3분기 동박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냈다. 단 영업이익 규모는 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7% 하락한 수치였다.


◇그나마 믿을 곳, 안정된 재무구조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라는 명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차전지 및 소재 업계는 단기적인 시장 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에 더해 완성차 업체들의 속도조절 등 많은 요인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수요 둔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롯데그룹의 강점은 재무구조다. 시장상황의 영향으로 현금흐름이 막히더라도 재무건전성이 충분한 기업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크다.

롯데그룹의 기업문화는 '보수적'이라는 형용사로 정의되곤 한다. 경영적인 판단에 있어 과감하기보다는 안전한 결정을 선호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차전지 사업에 뒤늦게 진출한 이유도 도전적인 경영상 의사결정을 선호하지 않는 기조 때문으로 분석되곤 한다. 동시에 롯데그룹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롯데그룹 이차전지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연결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23.1%에 불과하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58.9%,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은 10.2%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1만206개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부채비율은 122.3%로 집계됐다. 롯데그룹 이차전지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국내 전체 기업들의 전반적인 부채비율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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