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차전지 해부]신격호의 한국 사업 전초기지 롯데알미늄, 신사업 선봉장으로③신사업 진출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계열사 지원으로 공격 확장
김위수 기자공개 2023-11-15 14:08:46
[편집자주]
원료, 소재부터 완제품인 셀까지. 이차전지 사업은 그 자체로 기업가치 '레벨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이중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주목받은 포스코·에코프로는 올해 중 주가가 말그대로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재계 6위 그룹인 롯데 역시 화학 계열사들의 사업 중심을 이차전지로 이동시키기 위해 거금을 투입했다. 신동빈 회장의 베팅은 성공할까. 더벨이 롯데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을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알미늄은 롯데그룹에 있어서 의미가 큰 계열사다. 일본에서 사업을 펼쳐오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한국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세운 첫 회사다. 1965년 한국에 대한 일본기업의 투자가 가능해지자 이듬해인 1966년 곧장 우리나라에 '동방아루미공업'이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롯데알미늄의 전신이다.신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가장 마지막에 등기임원 직책을 내려놓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회사 설립 후 51년만인 2017년 롯데알미늄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그룹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적어도 한국 롯데그룹 사업에 있어서는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계열사인 셈이다.
이렇듯 롯데그룹의 역사가 스며들어있는 롯데알미늄은 이차전지 분야 계열사로의 도약을 준비하며 새로운 챕터에 진입하고 있다.
◇포장소재 기업 롯데알미늄, 부단히 이어진 신사업 진출 노력
롯데알미늄이 이차전지 사업을 본격화한 시점은 이차전지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2020년부터다. 알루미늄박이라고도 불리는 양극박은 알루미늄을 매우 얇게 가공해 만드는 소재로 양극재의 집전체 역할을 하는 소재다.
롯데알미늄은 1960년대부터 일찌감치 알루미늄박 사업을 진행해왔다. 초기 알루미늄박 사업은 주로 포장재에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박은 자동차 부품, 전자기판, 전선, 건축자재 등 산업용으로도 쓰이는 소재지만 각종 약품과 식품의 포장재로도 활용된다.
포장소재 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오며 관련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인 식품·유통 사업간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 롯데알미늄은 최근까지도 '종합 포장소재 기업'이라고 회사에 대해 소개했다. 롯데알미늄이 보유한 공장을 살펴보면 알루미늄박 외에도 골판지 박스, 음료용 캔과 페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간 롯데알미늄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기회를 꾸준히 노려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일이 2000년 롯데전자(현재 롯데정보통신에 흡수합병됨)로부터 음향기기와 부품을 제조하는 사업부를 인수한 일이다. 롯데알미늄은 이를 바탕으로 전자사업부를 신설해 오디오 사업 및 방송장비 등의 사업을 펼쳤다. 이후 2009년에는 가스보일러 계열사인 롯데기공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알미늄의 신사업 성과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실적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던데다가 각 사업간의 연관성이 크지 않았던 만큼 포트폴리오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롯데알미은 2005년 오디오 사업을 중단했고 2007년 남아있던 방송설비사업부문도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에 양도했다. 보일러사업 역시 2020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롯데알미늄의 '이차전지 드림'
그러던 중 시작된 전기차 시장의 태동은 롯데알미늄에 있어 큰 기회가 됐다. 현재 이차전지용 양극박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은 롯데알미늄을 포함해 삼아알미늄, 동일알미늄, 동원시스템즈 4곳뿐이다.
양극박 수요가 확대되자 롯데알미늄은 발 빠르게 증설에 나섰다. 2020년 9월 안산 공장에 이차전지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했고 2021년에는 1200억원을 들인 헝가리에 양극박 공장 설립을 완료하며 해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했다.
여기에 더해 헝가리 공장에 1100억원의 추가 투자와 미국 양극박 공장 신설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롯데알미늄의 양극박 생산능력은 미국 공장이 준공되는 2025년에는 연산 8만4000톤이 된다.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목표치다.
롯데알미늄이 경쟁사들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집단 소속이라는 강점 덕분이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알미늄 자체는 매년 150억~2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다. 그간 쌓아놓은 현금과 차입 등을 활용해 투자재원을 충당해 온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공장 투자가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자본적지출(CAPEX)과 차입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토지와 사업부문 등 유휴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5548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90.3%, 차입금의존도 30.8% 수준이었다. 현금흐름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차입을 크게 늘리기에는 부담이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자가 된 것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알미늄은 롯데케미칼과 지분관계가 전혀 없다. L 제2투자회사, 일본 광윤사, 호텔롯데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알미늄이 미국 공장 설립을 위해 세운 현지 법인의 지분을 롯데케미칼의 현지 자회사가 70% 확보하는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이 투입할 금액은 14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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