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 업계가 최악의 혹한기를 나고 있다. 주요 출자자들은 곳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그나마 풀리는 돈마저 대형사에 쏠리고 있다. 보수적 투자 기조가 팽배해진 탓이다. 한참 좋았을 때를 생각하는 매도자와 180도 달라진 시장 상황을 대입하려는 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도 크다. 딜 난이도가 천정부지로 높아진 실정이다.그럼에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길을 찾고 있다. 티끌 같은 가능성을 좇아 딜을 메이킹하고 있다. 가시적인 결과물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성사된 일련의 딜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클럽딜(공동투자)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PE업계에서 클럽딜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바이아웃딜은 더더욱 그랬다. 바이아웃딜은 경영권 행사가 중요하다. 의사결정 체제가 일원화돼 있지 않으면 혼란을 겪을수 밖에 없다.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클럽딜이 선호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딜 메이킹이 중요해진 요즘 시기엔 이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우선 딜이 되게 하는게 중요하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딜을 성사시키고 마무리짓는 게 필요해졌다. 바이아웃 클럽딜 전성시대가 열린 배경이다.
금남고속과 희성화학 딜이 대표적이다. 금남고속은 릴슨프라이빗에쿼티와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가 손을 잡고 성사시켰다. 희성화학은 아든파트너스와 MC파트너스의 합작품이다.
금남고속은 릴슨PE가 소싱한 딜이다. 단독으로 딜을 진행하려 했지만 올해들어 펀딩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딜 종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제이앤PE가 등판했다. 제이앤PE는 블라인드펀드를 갖고 있어 자금 여유가 있었다. LP 네트워크 역시 탄탄했다.
자금 확보가 필요한 릴슨PE와 신규 딜 발굴이 중요한 제이앤PE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클럽딜에 속도가 붙었다. 김경래 릴슨PE 대표와 이준상, 현상진 제이앤 PE 대표의 유연한 사고와 협업 의지 역시 딜 진행에 윤활유가 됐다. 상호 협업 덕분에 금남고속 M&A는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든파트너스와 MC파트너스의 희성화학 딜도 클럽딜의 정수였다는 평가다. 희성화학은 노조 이슈 탓에 풀기 어려운 허들이 많았던 딜이다. LG그룹 방계인 희성그룹 계열사 딜이라는 특수성까지 있었다.
아든파트너스는 범LG가 투자사다.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둘째 동생 구정회 가문이 경영하고 있다. 구본석 아든파트너스 대표가 구정회 금성사 사장의 손자다. 범LG가 딜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MC파트너스는 중견기업 바이아웃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하우스다. 장기간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졌을 때 뚝심 있게 딜을 추진하는 내공이 있었다. 두 PE 하우스가 손을 잡으면서 이 어려운 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바이아웃 시장에 클럽딜은 기형적인 구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공동 투자로 이어지고 그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다만 이제는 공동투자를 넘어 공동경영의 묘수가 발휘돼야 하는 시점이다. 클럽딜 전성시대의 평가도 결국 공동경영 성적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PE 히스토리에 새로운 챕터가 추가됐다.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간 딜로 기억될지, 상호 협업으로 시너지가 발휘된 딜로 기억될지, 클럽딜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이 챕터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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