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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펄어비스, 붉은사막 ‘한방’ 언제쯤 터질까출시 시점 밀려…검은사막 매출 하향세

황원지 기자공개 2023-11-22 08:21:3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2년 새 주가가 70% 가까이 빠진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검은사막'으로 잘 알려진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입니다. 재작년 말 한때 14만5000원을 터치했지만, 작년 초 1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어 작년 중순부터 5만원대까지 빠지면서 현재는 3만원에서 4만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펄어비스 최근 1년 주가 추이

사실 게임주들의 주가 부진은 하루이틀 일은 아닙니다. 재작년 말 유동성 잔치 때 돈이 몰리면서 다함께 주가가 급등했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에 크게 하락한 대표적인 섹터입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도 80만원대에서 현재 20만원대로 추락했고, 대부분 50% 이상 손실을 면치 못하는 상태입니다.

다만 이번달 들어서는 게임주들이 전반적으로 반등중입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달 21만원대에서 이번달 25만원으로, 크래프톤도 14만원에서 20만원으로, 넷마블도 3만6000원에서 5만원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막을 올린 게임쇼 ‘지스타2023’과 그간 게임주에 집중됐던 공매도가 금지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섹터 반등 추세 속에서도 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들어 주가가 20% 이상 빠졌습니다. 이달 초 5만2000원대로 시작했지만 급락해 현재 4만원대 초반을 맴돌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최고가인 지난 8월 5만9000원과 비교하면 거의 30% 이상 빠진 셈이죠.

◇Industry & Event

펄어비스는 대부분의 매출을 검은사막 IP(지적 재산권)를 통해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의 78.3%에 달하는 1923억원을 검은사막을 통해 거둬들였습니다. 검은사막은 2014년 처음 온라인으로 출시한 게임입니다. 이듬해 일본과 러시아에 서버를 확장했고, 2016년에는 북미와 유럽지역까지 진출해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외에도 대만, 남미, 터키, 동남아 등에 차례로 영역을 확장했죠.

2018년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도 실적의 한 축입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보다 매출이 높은 편이죠. 2018년 2월 국내 출시 직후 양대 마켓 매출 1~2위를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썼습니다. 이후 대만과 일본, 글로벌, 중국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죠. 2019년 콘솔 버전으로도 확장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성공했습니다.

이외에 매출의 약 20% 가량을 이브(EVE)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브는 2018년 아이슬란드 소재 개발사 CCP ehf.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IP입니다. 'EVE Online'은 2003년 5월 출시 이후 전 세계 단일 서버로 서비스되며 누적 가입자수 4000만명을 기록한 게임입니다. 현재 온라인과 모바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531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검은사막이 출시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IP다 보니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 5359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0년 4887억원, 2021년 4037억원을 거쳐 지난해 3856억원까지 감소했습니다. 코어 팬층이 탄탄하다 보니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면 반짝 실적이 나오긴 하지만 이 효과도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2490억원으로 전년 동기(2827억원) 대비 감소했습니다.

결국 눈이 쏠리는 건 차기작입니다. 지난해 초 섹터 전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있었던 급락 후 이어지는 주가 등락은 결국 차기작과 직결돼 있습니다. 차기작 플레이 영상이나 출시 일정 등이 공개되며 오르는 기대감으로 주가도 출렁이죠. 현재 차기작으로 내세우는 붉은사막과 도깨비는 각각 내년과 그 이후 출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Market View

11월에 주가가 크게 빠진 원인도 차기작 때문이죠. 펄어비스는 이전까지 붉은사막 개발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고 시장과 소통해 왔습니다. 실제 출시는 내년 2분기로 예정했습니다. 사실 이 일정도 몇 차례 미룬 것이었지만, 이번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다시 한번 출시 지연을 발표했죠. 내년 2분기가 아니라 내년 4분기를 예상 시점으로 밝혔으나 사실상 출시는 25년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 반응도 좋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미뤄왔던 만큼 3분기 컨퍼런스콜 이후 증권사 리포트들은 ‘또다시 온 기다림의 시간’, ‘기다리다 지쳤어요’ 등 아쉬움을 쏟아냈습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투자의견을 ‘Hold’와 ‘중립’으로 표시했습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못미쳤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7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유저 이탈 사태로 검은사막 온라인 유저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검은사막 페스타와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매출 증가가 예상됐죠. 하지만 3분기 검은사막 IP매출은 6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21%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매출을 우려합니다. 이미 작년부터 적자전환 한 상태에서 내년 출시 예정이었던 붉은사막이 지연됐기 때문이죠. 사실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 등 독보적인 개발력으로 항상 게임주 탑픽에 꼽혀온 종목입니다. 하지만 딱히 돈이 나올 곳이 없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예정이었던 붉은사막 출시가 지연되면서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Keyman & Comments

펄어비스를 논할 땐 김대일 의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 의장은 펄어비스의 창업주이면서 여전히 현업에서 일하는 개발자입니다. 보통 창업주들이 회사를 성장시킨 후 개발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과는 다른 행보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 개발을 비롯해 지금도 붉은사막, 도깨비 등의 개발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김 의장은 1980년생으로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가 가마소프트의 입사 제안에 학교를 그만두고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때 릴 온라인을 개발해 2003년 출시하죠. 릴 온라인은 당시 독특한 스킬 시스템이나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그래픽 등으로 유명했습니다.

릴 온라인 출시 두달 만에 가마소프트를 퇴사하고 NHN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합니다. 여기에서 ‘R2’, ‘C9’ 등 굴지의 히트작을 쏟아냅니다. 김 의장이 3년간 개발한 R2는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작으로 떠올랐고, 국무총리상을 타기도 했다. 2009년 출시한 C9 역시 김대일 사단 특유의 타격감으로 유저들 사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개발자로 떠오른 김 의장은 2010년 7명의 직원과 함께 펄어비스를 설립했습니다. 회사 설립 후 자체 게임엔진과 검은사막을 직접 개발하는 데 4년을 쏟았죠. 개발 끝에 2014년 시장에 선보인 게 검은사막입니다. 그리고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을 냈고, 현재도 붉은사막 막바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편 회사 측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보다는 차기작 개발에 집중한다는 입장입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주가 상승을 노린 자사주 매입과 같은 단기적인 부양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개발에 집중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은사막 업데이트와 차기작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펄어비스는 이번 지스타에서 검은사막에 옛 고조선의 수도 ‘아사달’을 신규 지역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는데요.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뤄져야 게임 수명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또한 붉은사막에 대한 B2B 비공개 시연을 진행했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영화 같다는 호평 등을 내놓았다”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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