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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 시장친화 대표 선임론 힘 받나 중기부 승격 이후 선임 2명 중도하차…산업계 출신, 정치권 네트워크도 공통점

양용비 기자공개 2023-11-20 07:06:5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9: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웅환 대표가 한국벤처투자에서 임기 중에 사임하는 두 번째 사령탑으로 남는다. 역대 대표이사 중 산업계 출신 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면서 자본시장 출신 인사가 한국벤처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는다.

특히 중도하차 한 2명이 모두 2017년 7월 중기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한 이후 선임된 인물이라 눈길을 끈다. 중기청 시절에는 모태펀드 운용과 관련이 깊은 자본시장 출신 인사가 대표로 선임된 데 반해 중기부 승격 이후에는 산업계 출신 그중에서도 정치권 네트워크가 있는 인물이 선임됐다.

한국벤처투자 전신은 2000년 설립된 다산벤처다. 다산벤처는 중소기업청에서 5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공공 벤처캐피탈이었다. 당시 다산벤처는 초기 벤처기업의 창업지원과 보육컨설팅을 담당하던 기관이었다. 2005년 다산벤처가 모태펀드를 관리기관으로 선정돼 한국벤처투자가 됐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3명의 인사가 한국벤처투자의 전신인 다산벤처의 사령탑을 지냈다. 김유채 전 대표와 김광수 전 대표, 김경식 전 대표 순인데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공공 벤처캐피탈이었던 영향이었다.

모태펀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공식 출범했던 2005년이 사실상 한국벤처투자의 시작이었다. 다산벤처가 전신이긴 하지만 한국벤처투자 출범과 함께 지휘봉을 잡은 권성철 전 대표를 초대 대표이사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5년 출범한 이후 한국벤처투자는 줄곧 자본시장의 전문가들을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초대 수장이었던 권 전 대표는의 경우 미국 메릴리치증권에서 시작해 고려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그만큼 시장 상황에 밝은 인물이었다.

이후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형기 전 대표(2대)와 정유신 전 대표(3대), 조강래 전 대표(4대) 모두 자본시장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이다. 김 전 대표는 KTB네트워크 상무, 한국기술투자 대표를 역임하는 등 벤처 투자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던 인물이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 전 대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조 전 대표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권 전 대표부터 조 전 대표까지 모두 임기를 채웠다.

조 전 대표에 이어 부임한 주형철 전 대표가 한국벤처투자에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한 첫 사례였다. 주 전 대표는 2018년 한국벤처투자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후 1년 만에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돼 자진 사임했다. 주 전 대표는 첫 비금융권 출신 대표였다. 이투스 대표와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를 거쳐 한국벤처투자 수장으로 낙점됐다.

주 전 대표가 사임하고 후임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6개월간 박정서 한국벤처투자 본부장이 대표를 대행하기도 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영민 전 대표가 한국벤처투자를 지휘했다. 이 전 대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를 거친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이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부임한 인사가 바로 현재 사령탑인 유웅환 대표다.

한국벤처투자에서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표는 주형철 전 대표, 유웅환 대표 2명이다. 2명 모두 산업계 출신이고 정치권과도 끈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한 이후 임명된 인사들이다.

지난해 유 대표가 한국벤처투자의 사장으로 낙점됐을 당시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내에서 자본시장에 정통한 인사가 한국벤처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산업계 출신 인사다. 인텔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을 거쳤던 만큼 자본시장 친화적이진 않다는 평가였다.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부임했지만 벤처캐피탈업계와의 스킨십에 소극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 대표는 주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한국벤처투자 대표 사임 이후 정계 진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유 대표가 이번 정부의 인수위 출신이고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정계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의 불협화음도 사임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유 대표와 중소벤처기업부와의 불협화음설은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에는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출자심의회에서 배제되면서 이같은 논란이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3월 '한국벤처투자 및 벤처투자모태조합 관리규정'을 개정해 출자심의회에서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제외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모태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는 만큼 심의위원회 배제는 이례적이라고 여겨졌다.

이와 같이 산업계 출신 대표이사 2명이 모두 중도하차 하면서 차기 사장으로 시장 친화적인 인사가 발탁돼야 한다는 당초 논리가 힘을 받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시장 친화적인 인물이 한국벤처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면서 "활발한 소통이 출자 전략으로 이어지고 전문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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