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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바이오텍 CFO [thebell desk]

최은진 제약바이오부 차장공개 2023-11-23 12:57:4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07: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판만 잘 튕기면 되는 시대는 갔다. 금융도, 해외도, 법도 다 잘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요즘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세간의 평이다. 불과 십수년만에 CFO의 위상은 달라졌다. 까만 뿔테에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비용감축에 몰두하던 입지가 오너의 곳간지기를 넘어 그야말로 기업 경영의 총체가 됐다.

단지 숫자에만 밝아서 될 일이 아니다. 각국 통화와 세금에 대한 이해는 물론 환율이나 금융기법 등을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금융 전문가가 돼야 한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주주 및 투자자들과의 소통역량 그리고 배당과 같은 이윤배분 능력도 요구됐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그룹 지분구조를 재설계 하고 원활한 승계를 추진하는 업무까지 도맡았다. 신성장 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에도 개입하며 투자 및 IB(기업금융) 전문가로까지 활약한다.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법과 규정, 규제 등을 다룰 줄 아는 법적지식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그야말로 팔방미인, 이 시대의 CFO다.

바이오텍으로 시선을 옮겨 CFO를 살펴보면 여기서 한층 더 강화된 역할이 요구된다. 바로 기업의 생존전략. 거의 바이오텍의 존폐는 CFO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운명을 좌우하는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규모가 아주 작은 초기 바이오텍조차 CFO를 필수적으로 고용하는 이유다. 오로지 '기술'밖에 없는 회사가 펀딩을 받고 투자자들을 만나며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는 힘, 바로 CFO로부터 비롯된다.

바이오텍의 CFO는 그야말로 전천후다. 기술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투자자를 설득할 정도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이 기술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다.

이는 홍보나 IR 업무를 아우를 수 있는 기반이 되고 더 나아가 BD(사업개발)로까지 이어진다. CFO가 창업주 혹은 연구소장 등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함께 BD 활동을 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엔 어려워진 펀딩 환경과 맞물려 아예 기업의 사업전략까지 바꾸는 데도 개입한다. 시장이 바이오텍에 요구하는 역량, 이를 자사에 맞게 수정하는 가교역할. 최근 트렌드가 된 소위 '돈 버는 바이오텍'의 모델을 CFO들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투자 혹한기 CFO 역량에 따라 기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들에게 힘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바이오텍 CFO의 역량을 검증 또 검증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K-바이오를 이끄는 또 다른 얼굴, 전천후 CFO를 들여다 봐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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