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9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목전에 뒀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에 적신호가 또 켜졌다. 대표 주관사 중 한 곳인 미래에셋증권의 기조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주축으로 대표 주관사를 변경한 뒤 다시 본PF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내부심사를 통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본PF에 단순 주선으로만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NH투자증권과 본PF를 공동 주선하는 동시에 약 8500억원에 달하는 물량 중 1500억원가량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을 기존 수립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갑작스러운 불참으로 17년만에 성사 조짐을 보이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도 차질이 예고된다. 대표 주관사가 본PF 물량을 소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업장에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힐 기관투자자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본PF 전환은 이달 말로 예정된 상태였다.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본PF를 주선해왔던 NH투자증권이 가장 난감한 상황이다. 이미 내부 심의 과정을 거쳐 본PF 전환을 위한 밑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로서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대 1000억원까지 채무보증을 제공하겠다고 피력한 롯데건설로서도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기조가 달라진 데는 조직개편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대체투자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기존 IB2사업부 산하에 위치해 있던 2부문·7본부 체제를 4본부 형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총괄해왔던 담당자도 교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혁신실 산하 리스크관리부문을 독립 부문으로 분리시킨데 이어 최고위험책임자(CRO) 직급을 상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한 점도 단순 주선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회사의 현 기조 하에 시공사이자 일정 수준의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롯데건설에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롯데건설과 한양간에 '광주 중앙근린공원 1지구 개발사업'을 놓고 야기된 법률 분쟁을 문제 삼았다. 사업 차질이 예고되는 만큼 향후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본PF 중 1500억원을 책임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단순 주선으로 돌아섰다"며 "주요 대주단이 더 이상 브릿지론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해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조가 바뀌지 않을 시 시행·시공사 주도로 주관사를 교체하는 절차가 수반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헌인마을은 나환자들의 자활촌이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원에 하이엔드 주택을 공급하는 도시개발사업이다. 13만2523㎡ 부지에 공동주택 222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다.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 등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됐던 이력이 있다.

표류하던 사업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신원종합개발 계열인 어퍼하우스헌인이 PF 부실채권을 매입하며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주도로 595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올 7월부터는 본PF 전환을 위해 주관사단간에 협의가 이어져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