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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감위는 지금]성역없는 준법감시, 스스로 키워가는 존재감③작년 33회 걸쳐 회의진행, 권고안 실행여부 확인…준법의제 경영 전반으로 확대

이상원 기자공개 2023-12-04 12:54:20

[편집자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도 끝을 향해가고 있다. 그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부터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세간의 관심은 준감위에 집중됐다. 출범 초기 삼성 내부에서 조차 엇갈렸던 시선을 극복하고 준법경영을 삼성그룹의 문화로 정착케 한 결과다. 삼성 준감위가 미친 영향과 기업 문화의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삼성 준감위)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마치 준법감시에 성역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장받은 독립성과 권한을 기반으로 관계사에 대한 철저한 준법감시와 통제 기능을 강화한 결과다. 1기에 이어 2기 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준법의제를 제시하며 삼성그룹을 옳은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한동안 삼성그룹을 뜨겁게 달구던 이슈들이 마무리되자 준감위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매월 어김없이 최소 한 차례 이상 모이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권고안에 대한 실행 여부 확인도 이뤄진다. 구체적인 개선 사례가 쌓여감에 따라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한경협 재가입과 준감위의 존재감, 이사회 의결사안 전반 들여다본다

지난 8월 18일.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 여부를 놓고 재계의 시선은 이찬희 위원장에게 집중됐다. 이보다 이틀 앞서 준감위가 모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이날은 어떻게든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에 대한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영향력이 큰 데다 빠진다면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었다.

2시간 30분 가량의 회의를 마친 이 위원장은 "운영과 회계에 투명성 확보 방안 등 자체적으로 철저한 검토를 거친후 재가입을 결정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정격유착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며 "전경련(현 한경협)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건부 권고안을 제시한 가운데 찬성 또는 반대가 아닌 애매한 답을 내놨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조건부 권고안 자체에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삼성 준감위의 역할은 찬성 또는 반대가 아니다. 이사회 결정에 권고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가입을 한다는 조건하에 삼성그룹이 나아가야할 길을 분명히 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삼성 준감위 권고를 감안해 관계사 7곳의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재가입을 의결했다. 이에 반해 관계사는 아니지만 삼성증권 이사회의 경우 재가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준감위가 지적한 "한경협의 정경유착 방지 장치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일각에서는 준감위 권고를 의식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삼성 준감위의 활동 권한은 '대외후원금, 내부거래 등에 관한 의견 제시'다. '준법감시 프로그램 감독'과 '관계사 이사회에 대한 의견제시'도 포함된다. 한경협 재가입에 대한 권고안은 관계사 이사회에 의견제시에 해당된다. 이를 감안하면 준감위는 사실상 관계사의 모든 이사회 의결 사안에 의견전달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삼성 준감위도 매달 최소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정기 회의를 열고 있다. 이외에 임시 형태로도 한다. 지난해 총 33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형식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식당 개방 성과, 1기 의제 대한 후속조치 완료

삼성 준감위는 새로운 회기 시작과 함께 3대 준법의제를 제시한다. 이는 위원회가 관계사 최고경영진에게 요구하는 최우선 준법 과제를 의미한다. 1기 위원회는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을 꼽았다. 2기 위원회는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중심 경영'을 선정했다.

1기가 삼성이 직면했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면 2기는 경영 방식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의제만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내부거래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는 즉시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회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로 실제 개선이 있는지 꾸준히 확인한다. 회의가 형식적인 선에서 그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개선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구내식당 위탁운영을 외부에 개방한게 가장 대표적이다.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 구내식당 등 단체급식 사업은 삼성웰스토리가 수의계약 형식으로 위탁운영해왔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에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내부거래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삼성 준감위는 경쟁입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 등 관계사가 구내식당 위탁 계약을 개방하고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도록 관철시켰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8곳 사업장내 36개 사내식당 모두 외부 업체에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6개 식당을 중소·중견 기업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지난해 28개를 추가로 외부에 맡기면서 모든 사내식당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 면피용의 보여주기식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삼성전자 외 다른 관계사로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비롯해 1기 의제와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경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공동 T/F를 구성했다. 노동은 전문적인 노동현안 자문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 그룹을 신설했다. 시민단체를 초청하는 등 구체적인 소통 수단 마련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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