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박영근 탑런토탈솔루션 대표, 2027년 매출 '1조' 자신②공정 분업화, 지리적 리스크 분산 통해 안정적 토대 마련…LG 의존도 낮추기 '속도'
하이퐁(베트남)=서하나 기자공개 2023-12-06 15: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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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2: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에 새 기대주가 뜬다. 업력 35년 차 탑런토탈솔루션(이하 탑런)은 사출 사업에서 시작해 스티로폼, 정밀 플라스틱,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LG그룹 협력사란 자리도 오랜 기간을 지키고 있다. 더벨에서 박영근 탑런토탈솔루션 대표이사를 만나 탑런의 성장스토리와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최근 베트남 하이퐁 법인(DYEH)에서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 대표(사진)는"35년간 LG그룹의 1차 협력사 자리를 지키다 보니 많이들 오해하곤 하는데 오너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비결은 결국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한 품질과 납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76년생으로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교 때 부친인 박용해 회장이 동양산업을 창업하면서 자연스레 2세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해 8년 정도 경험을 쌓았다. 이후 탑런토탈솔루션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이자 오너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탑런은 원래 동양산업으로 출범했지만 1998년 '탑런혁신활동'으로 대통령 생산성 혁신상을 받았다"며 "당시 일을 계기로 계열사 사명을 동양 대신 탑런이라고 바꾸기 시작했고 현재의 탑런테크 등 탑런패밀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35년이 지나는 동안 탑런은 연매출 5000억원을 바라보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탑런은 내부적으로는 공정 분업화, 외부적으로 지리적 리스크 분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토대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금형 설계, 사출 생산 등 고부가가치 공정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최첨단 설비를 통해 직접 생산하고, 단순 조립 등 노동집약적 공정은 벤더사를 입주시키거나 공정별 모듈화를 통해 외주화하는 등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중국 난징(TRCN), 중국 광저우(TRCG), 폴란드(DYEP-MA, DYEP-WR, TRP), 멕시코(TRUM, TRUR), 베트남 하이퐁(DYEH), 인도네시아 자카르타(TRI) 등 6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도 마련했다. 국가별로는 중국(28%), 베트남(25%), 폴란드(22%) 등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향후엔 최대 생산 기지를 구축한 베트남으로 중심축이 점차 이동, 새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실패가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시도가 성공하면서 안착했고 특히 탑런은 해외 오퍼레이션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며 "LG그룹 등 고객사로부터 글로벌 진출 시마다 탄탄하게 받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탑런은 베트남 진출이 결정되자마자 한국에서 수학한 베트남 출신 인재들을 발굴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철저한 트레이닝을 거쳐 현지인 관리, 주재원, 통역 등을 수행하는 중간 관리자로 투입됐다. 또한 해외 주재원들이 소위 '밥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주재원 부인들을 사전에 현지에 파견해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구비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아직 해외법인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완전히 도입되지 않았지만 D+7 이내 전 법인 월마감을 모두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LG그룹이나 현대 등 주요 고객사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유가 등 원재료 변화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매출, 영업이익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내년 하반기 목표인 코스닥 입성은 박 대표 앞에 놓인 큰 과제다. 박 대표는 IPO를 통해 퀀텀점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약 4830억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5000억원 초중반대 매출을 달성한 뒤 2027년엔 매출 1조원 규모의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 4년 만에 외형을 두 배 가까이 키우겠단 자신감이다.
박 대표는 애초 구미에서 해외를 오가며 여러 법인들을 관리하느라 분주했는데 IPO 준비를 하다보니 이제는 서울까지 바쁘게 오가고 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LG전자와도 인연을 이어가면서, 창업주 박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LG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력회' 회장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앞서 20여 년을 협력회 회장을 지냈다.
탑런은 LG그룹의 오랜 전략적 파트너지만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 아닌 자체 설계를 통한 ODM(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으로 수주를 따낼 계획이다. 보유 중인 기술을 활용한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A사의 차기작 수주 등도 기대하고 있다. 매출 비중으론 LG전자(52.6%), LG디스플레이(33.7%), 현대모비스(9.7%), 현대트랜시스(2.9%) 등이다.
박 대표는 "해외 오퍼레이션에 강점이 있다고 하지만 늘 방심할 수 없고, 협력회 회장 자리도 결코 나이브하지 않다"며 "대한민국 2세 경영자로서 어깨가 무거운 만큼 만일 상속세 이중과세 등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다면 대변자로 나설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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