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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팔' 생산 두산로보틱스, 9조달러 시장 공략 [르포]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 IT기업 닮은 협동로봇 산실

임한솔 기자공개 2023-12-08 08:15:0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자기 공방을 연상케 하는 공장이었다. 이따금 공구가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 쥐죽은 듯 조용했다. 직원들은 작업대 앞에 자리잡고 말없이 각종 부품을 조립했다. 다른 쪽에서는 조립된 제품에 대한 테스트가 마찬가지로 고요 속에서 이뤄졌다. 이윽고 완성된 결과물,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도 어쩐지 도자기를 닮은 부드러운 디자인을 자랑했다.

5일 방문한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은 생산시설이라기보다는 IT기업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규모 자체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연간 2200대에 이르는 협동로봇을 만들어낸다.

◇고객 받기 전 7번 테스트…생산능력 확대 추진

건물 1층에 위치한 제조공간은 약 2000㎡(600평) 남짓하다. 넓다고 하기 어려운 면적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좁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협동로봇을 제작하기 위한 핵심 공정이 모두 집결해 있는데도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협동로봇의 각 축을 조립하는 직원들부터가 그랬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축 6개로 구성된다. 이 축을 모듈이라고 부른다. 모듈 하나를 조립하는 데 약 1시간을 들여 볼트를 70여번 체결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신중함이 필요하다. 섬세한 로봇을 만드는 만큼 작은 오류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 내부 전경. (출처=두산로보틱스)

그래서인지 현장에서는 로봇 조립 이상으로 테스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모듈을 조립하는 단계에서 총 4번의 테스트를 통과하도록 했다. 또 조립된 모듈은 로봇으로 합쳐진 뒤 곧장 시운전 공정에 투입됐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시운전 공정에서 총 13시간 테스트를 거친다"며 "아무것도 달지 않는 무부하 테스트 1시간, 로봇의 무게 한계(가반하중)를 부과하는 부하 테스트 12시간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줄인 시간이다. 본래 16시간 테스트를 거쳤으나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불필요한 동작에 대한 테스트를 없앴기 때문이다.

시운전을 마친다고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캘리브레이션(교정) 공정이 남아있다. 로봇이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이는지를 미세한 단위에서 확인해 조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과정이 끝난 뒤에야 최종 출시를 위한 출하검사로 들어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 총 7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제조과정에 적잖은 품이 들어가고 제품 종류도 많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제조사 중 가장 많은 13개 라인업을 갖췄다. 그러고도 생산성은 괜찮은 걸까. 두산로보틱스의 답은 '오케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는 "다양한 기종에서 모듈을 공동으로 사용해 전체 모듈 수가 많지 않다.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모듈이 들어가게끔 표준화했다"며 "모델이 많아도 그만큼의 프로세스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교적 간단하다는 공정은 앞으로 더 개선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모듈 조립 과정에서 볼트 체결을 도와주는 협동로봇을 도입해 모듈 1개당 제작시간을 1시간에서 37분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생산 규모를 기존 2200대에서 40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9조달러 시장 공략…"테슬라처럼"

만들어진 협동로봇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공장에서 바로 체험할 수 있었다. 곳곳에 협동로봇을 활용한 솔루션이 배치돼 있어서다. 공장 입구에는 두산로보틱스와 협업한 스타트업 롸버트치킨의 이동형 매장이 치킨을 튀겼다. 내부에서도 맥주를 따르는 로봇, 커피를 내리는 로봇 등을 만났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많이 알려진 용도라 크게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더 나아가기로 했다. 이미 곳곳의 생산현장에 상자를 날라 쌓아주는 팔레타이징 솔루션을 공급한 데 이어 급식 솔루션, 복강경 수술 보조 솔루션, 용접 솔루션, 수하물 처리 솔루션 등을 새로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용접 솔루션이다. 로봇이 작업한 결과물은 사람이 한 것과 비교가 되지 않게 깔끔했다. 금속이 탄 흔적도, 울퉁불퉁하게 녹은 부분도 보이지 않았다. 용접사가 작업하기 어려운 밀폐된 공간이나 좁은 장소에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낼 듯싶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가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더벨)

류 대표는 이같은 솔루션들을 소개하며 '이노베이션 인 에브리 모션(Innovation in every motion), 레볼루셔나이징 더 웨이 위 워크(Revolutionizing the way we work)'라는 슬로건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의 동작에 혁신을 가미해 일하는 동작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류 대표는 이 혁신을 협동로봇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사람이 일하는 곳에는 어디든 로봇이 들어가 일할 수 있다"며 "인건비가 비싼 데서는 로봇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만 놓고 봤을 때 로봇의 잠재시장 규모는 9조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의 시장 규모는 9조달러와 거리가 멀다. 아직 잠재시장의 2% 정도만이 개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성장성은 충분하다. 이 블루오션에서 기회를 잡으면 '한국의 테슬라'로 도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류 대표는 "2010년으로 돌아가면 전기차를 테슬라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라며 "기존 업체들이 하지 않았을 뿐, 우리도 고객들한테 혁신적인 것을 제공해서 성공한다면 단기간에 전통적인 회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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