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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엘티씨, '잘 키운 자회사' 내년 연쇄상장 나서나③2015년 인수 LTCAM, 작년 인수 엘에스이 HBM 개화국면서 선전

조영갑 기자공개 2023-12-11 07:31:46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케미칼 및 반도체 장비 제조업을 영위하는 '엘티씨'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개화 흐름을 타고, 전체 기업집단의 벌크업을 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엘티씨가 영위하고 있는 본업(디스플레이, 반도체 공정 재료) 외에 2015년부터 종속회사로 편입한 자회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상장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인수한 엘티씨에이엠(LTCAM)과 지난해 인수한 엘에스이(옛 무진전자)가 선두에 서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엘티씨의 종속회사인 LTCAM은 지난해부터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낸드 양산라인에 HSN(고선택비인산계식각액) 납품을 시작한 이래 최근 유의미한 매출액을 시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LTCAM은 SK하이닉스 3D NAND 176단 양산용 HSN 납품을 시작으로 238단 낸드에까지 HSN을 납품을 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부터 세계 최초로 321단 낸드를 본격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HSN은 3D 낸드 플래시가 복잡화, 고단화될 수록 식각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습식 케미칼(Wet Chemical)이다. 반도체는 습식 케미칼을 써야하는 구역이 있고, 건식식각(플라즈마)을 해야하는 구간이 있지만 구조가 복잡한 3D 낸드의 경우 습식이 비용과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 필수적으로 채택된다. 끈적끈적한 인산과 달리 HSN은 한번에 낸드 하단부까지 흘러내려 에칭이 되기 때문에 낸드 양산에 최적화된 케미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시장은 솔브레인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약 2000억원 수준의 시장 규모다. 하지만 LTCAM과 이엔에프테크놀러지 등이 양산 공급에 일부 성공하면서 솔브레인이 구축한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와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연간 HSN 사용량이 약 700억~800억원(매출액 기준)에 이르기 때문에 LTCAM이 하이엔드 라인에 정식 양산공급을 개시하면 상당량의 HSN 매출액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HSN과 별개로 LTCAM이 주목 받는 이유는 'CMP Slurry(슬러리)' 때문이다. CMP는 반도체 표면을 화학적기계적 연마를 통해 평탄화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슬러리, 컨디셔너 등이 평탄화를 수행하는데, 슬러리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 최근 HBM의 핵심 공정 중 하나인 TSV(실리콘 관통전극) 공정이 중요해 지면서 TSV 공정에서 발생하는 파티클 등으로 인해 평탄화(CMP) 스텝이 확대, CMP 슬러리 수요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LTCAM은 2020년부터 국내 연구기관과 공동 개발을 시작하면서 이미 양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TCAM은 이미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CMP 슬러리의 경우 (HBM 공정 상에서) 마진율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내년 HBM 양산 라인에 입고될 경우 매출 및 이익이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LTCAM은 지난해 매출액 504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액 178억원, 순이익 6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다.

엘티씨를 비롯해 엘티씨의 종속회사가 HBM 시장의 개화를 타고, 주목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엘티씨 내부에서는 종속회사를 활용한 재무전략을 짜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호성 대표가 엘티씨 본 사업의 위기를 감지하고, 초기에 뿌려놨던 종자들이 결실을 앞두면서 내년 자회사들의 연쇄상장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엘티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타법인 지분투자에 나서면서 자산총계를 3000억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불렸다.


업계에서는 엘티씨가 최근 LTCAM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LTCAM의 신주 5000주(23억원)를 추가로 인수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2015년 LTCAM을 인수한 엘티씨는 이미 지분 54.13%(5만4810주)를 쥐고 있었다. 해당 유상증자로 인해 3분기 말 LTCAM의 지분을 62.1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분의 장부가액은 총 141억원 가량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2대주주다. LTCAM의 2대주주는 SK㈜의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다. SK머티리얼즈는 2018년 LTCAM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현재 약 30% 가량의 지분을 쥔 SI(전략적 투자자)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LTCAM은 SK머리티리얼즈를 거쳐 HSN, CMP 슬러리 등을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양사의 밀월관계가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엘티씨가 종속회사의 지분율을 높인 것은 '유동성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엘티씨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엘에스이(옛 무진전자) 역시 후보군이다. 엘티씨는 지난해 1월 리걸 리스크(기술유출) 탓에 매물로 나온 무진전자를 약 1000억원 수준의 가격에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지분율은 87.80%다. 엘에스이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로부터 약 300억원 가량의 세정장비 수주를 따내는 등 HBM 개화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어 내년 상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BM 양산이 본격화되면 내년 약 1000억원 가량의 PO(구매주문)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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