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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플로우 김재진 대표가 말하는 빅딜 '일단 종료'란 "메드트로닉과의 교감 여전 암시, 인슐렛 소송전 대안 있다는 자신감"

최은진 기자공개 2023-12-11 12:43:37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 대형 의료기기 회사에 인수되는 딜이 무산됐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일단 무산'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 주목된다. 추후 딜 재개 가능성을 암시하기 위한 노림수다.

창업주인 김재진 대표이사 역시 수개월여 기피하던 언론 및 주주들과의 소통에 다시 본격적으로 나섰다. 어느정도 대안을 찾았고 이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행보다. 회사 존폐 위기 상황에서 자금 조달 차원에서라도 일단 시장을 설득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슐렛과의 소송 부담, 메드트로닉 '위약금' 없이 인수 딜 종료

이오플로우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드트로닉과 '인수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드트로닉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역시 모두 철회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이오플로우는 미국 대형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에 7억3800만달러, 우리돈 9710억원 규모에 매각한다고 공개했다. 인슐린 펌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슐렛(Insulet)에 도전장을 내며 미국진출을 꾀하기 위한 대안으로 메드트로닉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영업기밀침해 등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드트로닉과의 계약은 난관을 만났다. 그리고 6개월여 만에 계약종료를 선언했다. 눈에 띄는 게 있다면 딜이 깨지더라도 이오플로우는 메드트로닉으로부터 위약금 명목 등으로 약 200억원을 수령키로 돼 있었지만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유에 대해선 계약 기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완전히 이오플로우에 불리한 여건으로 계약이 종료됐다는 점은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이 있다면 보도자료에 있는 김 대표의 워딩이다. 보도자료에는 최근 상황을 불확실하게 보는 메드트로닉과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어서 '일단'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여기서 '일단' 종료라는 데 눈길이 간다. 이는 딜이 재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재진 대표 및 안현덕 CFO 시장과 소통 재개, 펀딩 받기 위한 노림수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 더벨은 김 대표를 접촉했다. 그는 거의 3개월만에 흔쾌히 연락을 수락하며 "이제는 시장과 소통을 해야할 때'라고 밀했다. 계약도 깨진 마당에 어떻게 회사를 존속시킬 것인지에 대해 주주나 채권자 그리고 언론을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는 '일단'이라는 표현에 대해 "종료 이후에도 딜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점을 암시하기 위해서 썼다"고 말했다. 인슐렛과의 소송이라는 파고만 넘으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다. 그렇다면 인슐렛 소송전을 어떻게 넘길 지가 관건이다.

현재 이오플로우는 국내 판매를 거의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방안은 허용됐지만 이 마저도 보수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 말에 따르면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준법정신을 보여주는 전략이라고 했다.

현재 인슐렛과의 소송전은 크게 두가지다.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과 영업기밀침해 본소송이다.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은 이오플로우가 항고한 상황으로 내년 봄께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보다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법리다툼이 될 것으로 이오플로우는 예측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는 부분은 특허가 아닌 '영업기밀'에 있는데 이는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업기밀이 되기 위해선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오플로우가 보기엔 가처분 판결 결과가 법리적 오류가 많다는 입장이다.

본소송에서는 이오플로우가 문제가 되는 기술에 대해 독자적으로 설계 및 실험하고 생산했다는 데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공개하며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슐렛 제품과 이오플로우의 제품에 있어 문제되는 부품의 구동부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어필할 방침이다. 본소송은 대략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활용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는 불법도 아니고 특허 침해도 아니다"며 "유사성을 갖는 거에는 전혀 문제가 안되기 때문에 영업기밀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처분 항고 그리고 본소송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신제품을 통해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해나갈 것을 예고했다. 인슐렛이 침해했다고 볼 논리가 전혀 없는 신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재무적인 여건이 해소돼야 한다. 이에 이오플로우는 현재 투자자를 찾고 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 유치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여러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몇몇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주주 지분가치 희석 등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외부유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과의 빅딜, 투자유치 등을 지휘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안현덕 전무는 빅딜 무산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 더벨에 문자를 통해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제의했다. 그간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투자유치에 나서는 차원에서 시장을 설득하는 노림수로 읽힌다. 이오플로우는 오는 11일 약 30분간 온라인을 통해 김 대표의 입장 발표 및 질의응답을 갖는 공개 간담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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