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품을 팔기만 하다가 괜찮아 보여 나도 하나 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불량 투성이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나 역시 그 상품을 내다 버렸다. 그런데 불량품인 걸 미리 알았다면 내가 그 상품을 직접 샀을까.KB증권 사장 징계 이야기다. 라임과 옵티머스 관련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받은 중징계(직무정지)에 대한 감독당국의 근거가 어설프다는 게 금융인들의 한목소리다.
문책경고를 받은 NH투자증권 사장과 달리 KB증권은 판매상품의 레버리지를 일으켜줘서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고 금융위원회는 설명하고 있다. 즉 토탈리턴스왑(TRS)을 통해 라임 펀드에 대출까지 해준 걸 문제삼았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대출까지 해줬을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판 펀드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때문에 박정림 사장에 대한 중징계는 뒷이야기를 무성하게 만든다. 지주 회장 선거 과정에서 나온 잡음들에 대한 윗선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지만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사모펀드여서 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자 가이드조차 없는 '내부통제' 이슈를 끄집어 내 CEO 제재의 근거로 삼았다. 어떤 경우, 누가 어떻게 처벌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도 없는 조항을 갖다댔다.
감독당국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인한 징계에 '능력 있는' 증권사 CEO들이 허무하게 자취를 감췄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일찌감치 스스로 물러났고 박정림 사장과 정영채 사장은 송사를 벌일 태세다. 스스로 납득을 하지 못한 채, 그리고 여의도 금융인들 역시도 공감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사모펀드 문제에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당국은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 판매사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에서 10억원을 ELS에 투자했다는 한 자산가의 언론사 인터뷰. 자기는 원금이 보장된다고 해서 어떤 구조인지도 모르고 은행만 믿고 투자했는데 손실이 났다고 한다. 이 인터뷰를 믿어야 할까. 대체 얼마나 많은 자산이 있으면 알지도 못하는 상품에 10억원을 투자할 수 있을까. 돈이 너무 많아 무책임하거나 진짜 사기를 당하거나 둘중 하나일테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ELS마저 당국에 무너지면 수익형 금융상품은 이제 누가 팔려고 할까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주소다.
납득이 잘 안 되는 증권사 사장들의 징계 수위, ELS 불완전판매의 과도한 이슈화, 점점 조여오는 당국의 '비합리적이고 정무적인' 압박으로 인한 금융인들의 허탈감과 좌절감, 그게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상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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