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 김범수, 인적쇄신 신호탄? 계열사 수장 물갈이 '촉각'주요 계열사 CEO, 2024년 3월 '줄줄이' 임기 만료…노조 "카카오엔터 경영진 교체" 요구
이지혜 기자공개 2023-12-15 13:11:31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쇄신을 향한 김범수 창업자의 각오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푸랑크푸르트 선언'에 비교된다. 30여년 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외쳤던 고 이 회장처럼 김 창업자도 카카오의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게 있다면 즉각 고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는 김 창업자의 발언은 이런 의지의 발로다. 이 발언을 끝내기가 무섭게 김 창업자는 카카오의 CEO를 교체하며 변화를 줬다. 이 역시 푸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2인자를 교체했던 고 이 회장의 행보와 닮아 있다.
이에 따라 인적 쇄신이 카카오의 수장 교체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CEO)의 교체를 신호탄으로 핵심 임원과 핵심 계열사의 CEO가 줄줄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 창업자가 인적쇄신과 거버넌스 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시선을 뒷받침한다.
◇주요 계열사 대표 임기 만료 ‘줄줄이’, 카카오엔터 타깃 될까
카카오그룹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의 CEO 상당수가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카카오가 올해 5월 공시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CEO의 임기가 끝나는 주요 계열사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VX, 카카오스페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있다.
해당 공시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이에 따라 CEO가 이미 바뀌거나 바뀔 예정인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다. 카카오는 13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CEO를 카카오의 새 수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홍 CEO의 뒤를 이어 카카오의 리더십을 개혁할 인물로 정 CEO를 선택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가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해석한다. 이는 김 창업자가 11일 임직원과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에서 시사했던 사항이다. 그는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며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창업자는 브라이언톡 당시 현 경영진을 교체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경영진 교체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즉답은 어렵다”면서도 “이달 안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을 겪고 있거나 과거와 경영방식을 완전히 차별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계열사의 수장이 인적쇄신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은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CEO를 지적하며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크루유니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 대표 교체는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한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사법리스크의 직접적 원인인 데다 추가 의혹도 계속 나오고 있기에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루유니언은 2020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이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도 여기에 김성수 CEO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이진수와 김성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재임한 이진수 CEO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치권 압박, 류긍선 CEO 거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류긍선 CEO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류 CEO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설립 초기부터 활약했던 인물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5월 8일 설립됐는데 류 CEO는 2018년 4월부터 전략부문 부사장을 맡으며 경영에 참여했다.
2019년 6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공동 대표에 올랐는데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카카오모빌리티의 단독 CEO가 됐다. 류 CEO의 임기는 2024년 3월 27일까지다.
류 CEO의 공과는 뚜렷하다. 류 CEO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시장 점유율을 90% 이상으로 유지하며 1100만명이 넘는 월간 활성 이용자를 유치했다. 또 2021년 이후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흑자전환을 이끌며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전략은 대통령으로부터 “부도덕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또 택시 가맹계약 구조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매출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감리를 받고 있다. 이밖에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271억원 부과받기도 했다.
현재 류 CEO는 택시업계와 상생을 위해 간담회에 참석하며 직접 발로 뛰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김 창업자가 거버넌스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수장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루유니언은 “새로운 리더십이 쇄신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기존이 과오가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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