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박노택 텔레필드 대표, '우호적 엑시트' 기회 택했다①지분거래 웃돈 최소 3배, 영업난 해소 난관
김소라 기자공개 2023-12-18 10:17:35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 장비 제조사 '텔레필드' 주인이 23년만에 바뀐다. 창립 멤버였던 박노택 대표가 장시간 지켜온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던 영업난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오너십을 외부에 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보유 지분도 남김 없이 처분하며 연결고리를 끊어낸다는 요량이다. 양수인 측에서 제시한 우호적 엑시트(자금 회수) 기회를 움켜쥔 것으로 보인다.박노택 텔레필드 대표는 엑시트 수순에 돌입했다. 영업을 할수록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등 매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인 자리를 타 세력에 넘기는 것을 결정했다. 오너의 무게감을 내려놓은 박 대표는 지분 처분에도 적극 나섰다. 대주주 변경 계약과 함께 엑시트를 위한 별도의 양수도 거래도 추진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엑시트 계약은 박 대표에게 우호적으로 설정됐다. 현재 기업가치 보다 더 높게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와 지배지분 양수인간 합의한 주식 매매대금은 1주당 9973원이다. 주식 양수도 거래 체결일인 11월 30일을 기준으로 앞선 6개월간 텔레필드 주식이 1000~3000원 사이에서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상재적으로 높게 매매가가 매겨진 셈이다. 올해 평균 주가 대비 지배지분 거래 웃돈만 최소 3배 넘게 책정됐다.
이는 어려운 시기 박 대표에게 동아줄이 됐다. 텔레필드는 현재 뚜렷한 실적 부양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 고객사인 대형 통신 업체들이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탓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후 5G 등 신규 통신 인프라 구축 투자는 일제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텔레필드 수익성도 계속해서 악화됐다. 향후 매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리한 조건에 엑시트할 수 있었던 절호의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유동성 고갈은 재기의 발목을 잡았다. 영업 강화, 신사업 진출 등 분위기 반전을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전개하기 위해선 현금 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내부 자금력이 충분치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텔레필드의 가용 가능한 현금은 5억2000만원에 그친다. 외부 조달도 녹록지 않았다. 계속된 영업 손실로 누적된 결손금 탓에 재무제표가 부실해져 금융권 차입이 불리했다. 밸류에이션(시가총액) 위축으로 신주 발행을 통한 대규모 차입에도 지배구조 측면의 부담이 따랐다.
텔레필드 관계자는 "근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 등 조달 활동 전개에 제약이 따랐다"며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전방 시장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고 더 빨리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주주가 작금의 영업, 자금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처분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너십 변경 후에도 경영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박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재직 기간, 이사회 재편 방향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박 대표 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신규 오너 및 지배지분 양수인 등과 해당 조건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주주 변경 작업은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는 27일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주식회사 라피테'가 새롭게 대주주에 오른다. 해당 거래를 통해 총 313만6435주(23.45%)를 확보, 현 박 대표 지분(200만5388주, 19.59%)을 뛰어넘게 된다. 거래 종결 후 지분 희석에 따라 박 대표 지분은 15% 미만으로 감소한다. 이후 내달 박 대표와 '리슨투자조합1호'와의 양수도 계약이 마무리되면 엑시트 거래도 종결된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200억원을 수취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소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점검]복잡한 셈법 끝, 이수페타시스 물량 거둬들였다
- [한화의 CFO]한화, 선명해지는 사업구조 재편 효과…배당은 '덤'
- [2024 이사회 평가]'이익 반등' 한일시멘트, 사외이사 역할은 '제한적'
- [한화의 CFO]김우석 한화 부사장, 숨 가빴던 사업부 재배치 '특명'
- [2024 이사회 평가]'재무안정성 만점' 미원상사, 투자 수익 최하 '온도차'
-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점검]조달 셈법 복잡해진 LS일렉, 재무정책 다변화 '눈길'
- 회장님의 엑시트와 무효한 RSU
-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점검]LS일렉 'TSR 143%' 성과…엑시트 타이밍 잡았다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한화, 고려아연 분쟁 와중 승계 준비 '일석이조'
-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점검]기관 투심 잡는 코스맥스, 거버넌스 개선도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