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특화’ 에이엘티, 내년도 매출 성장 '자신' 독자 기술 '림컷' 고도화 순항…매출 비중 두자릿수로 증가
오창(청주)=안준호 기자공개 2023-12-19 10:36:57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국내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들은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경기 부진과 고객사의 감산 결정으로 수주 물량이 줄었다. 디자인하우스, 설계자산(IP) 기업의 상장으로 산업의 가치사슬은 풍성해졌지만, 업황 자체는 당분간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도 성장을 장담하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에이엘티 역시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고객사가 먼저 찾는 독보적 기술력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더벨은 에이엘티 본사를 방문해 상장 이후 5개월 간 발전한 회사의 성장 전략을 점검해봤다.
에이엘티는 지난 2003년 설립된 시스템반도체 전문 후공정 업체다. 주된 분야는 반도체 테스트다. 공정이 끝난 웨이퍼 가운데 불량품을 골라내고(Wafer Test), 최종 패키징이 끝난 칩 대상의 테스트(Final Test)를 주로 진행한다. 비슷한 분야에서 앞서 상장한 기업들로는 두산테스나, 네페스아크 등이 있다.
매출액 규모 측면에서 보면 아직 두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에이엘티는 공모 과정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림컷(Rim cut)'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이었다.
림컷은 에이엘티가 독자 개발한 초박막 웨이퍼 절단 기술이다. 고전력 반도체인 IGBT(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 생산 공정에 사용된다. IGBT의 경우 물리적 강도 유지를 위해 웨이퍼 테두리를 남겨두는데, 테스트 공정 이후 이를 잘라내는 과정에 림컷 기술이 활용된다.
이전까진 물리적 마찰을 이용해 테두리를 잘라냈다. 강도가 상당한 만큼 절단 과정에서 웨이퍼가 손상되거나 심하면 파손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에이엘티는 레이저 컷팅 기술을 활용해 테두리를 자동으로 잘라내는 공정을 개발했다. 기반 기술부터 장비까지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다양한 제품군을 다룬다는 것도 강점으로 주목받았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자체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만큼 포트폴리오가 많을수록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 다만 여타 경쟁사들이 1~2개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엘티의 경우 국내 파운드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대부분을 테스트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시스템 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이다. 에이엘티는 현재 이들 제품 모두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테스트 공정의 전방산업이 다양한 만큼 향후 확장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 당시 제시한 성장 전략, 차질없이 진행…“림컷 매출 비중 증가”
에이엘티는 현재 공모 당시 제시했던 성장 비전들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다양한 제품군과 빼어난 기술력이라는 무기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흥행 열쇳말이었던 림컷 기술은 더욱 다양한 제품군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고전압 환경에 강한 탄화규소(SiC) 반도체 테스트에 림컷 기술을 응하기 위한 제반 준비를 마쳤다. SiC 웨이퍼 절단작업(Dicing) 관련 특허 출원도 이미 끝냈다. 당초 계획대로 고객사와 협의 하에 내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공장 건립 역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신공장은 공모 당시 약속했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였다. 제2공장에서 신규 제품군인 메모리 컨트롤러,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분기 착공을 위한 설계가 진행 중이다.
상장 이후에는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자체 개발한 능동형 고성능 전자파 차단 반도체(EMIC)의 테스트, 패키지 물량을 수주했다. EMIC는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양을 측정하고 반대파장으로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가정용 가전은 물론 태양광 설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 사용된다.
고객사의 EMIC는 수동적인 차폐 기능만 있는 기존 반도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제품이다. 개발 과정에서 크기 역시 압도적으로 줄였다. 이런 수준의 능동형 EMIC는 해외에서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에이엘티는 초기 제품 개발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을 진행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년 전망은 어떨까. 올해 연간 실적은 공모 당시 예측했던 것보다는 다소 낮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다시 성장 고삐를 바짝 쥘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전망이다. 특히 림컷 기술은 올해보다 실적 기여가 클 전망이다. 이미 공모 당시보다 매출 비중이 상당히 올라왔다.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제품군별 매출 비중은 DDI(54%), CIS(15%) 림컷·PMIC(15%), MCU(6%), 기타(9%)로 나타났다. 에이엘티 관계자는 “림컷 공정은 특수한 웨이퍼 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생산능력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관련 제품의 증설이 기대되기 때문에 림컷 매출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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