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합병 '선구자' 배상현 IBK증권 IPO본부장 회계사 출신, 은행·증권 30년 기업금융 커리어…합병상장 성공률 87% 달성
손현지 기자공개 2023-12-22 13:55:4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A증권사 신생 기업공개(IPO) 조직은 배상현 IBK투자증권 IPO본부장(상무)을 찾아갔다. 스팩 청산 건수는 단 3건, '합병 성사율 87%'이란 기록을 달성한 그에게 스팩 합병 노하우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스팩은 주식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비상장 주식회사가 주식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빈 스팩을 상장시키는 건 비교적 쉽지만, 기업 합병까지 성사시키는 건 쉽지 않다. 합병 성공률이 50%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러한 내용을 방증한다.
배 본부장은 중소·중견 기업들을 위한 IBK그룹에 몸담아오며 스팩제도에 비교적 일찍 눈을 뜬 케이스다. '스팩의 신'이란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20년 넘게 IPO 외길만 걸어 온 노하우를 살려 다수의 기업들에게 증시 입성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성장 스토리 : 20년 중소기업 IPO 외길, '베테랑 중에 베테랑'
배상현 IBK투자증권 IPO본부장(사진)은1969년생으로 증권업계 올드보이로 통한다. 그의 첫 이력은 특이하게도 회계법인이다. 강원도 출신으로 1994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94년 영화회계법인(EY) 감사본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기업금융 커리어의 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4년간 기업감사 업무 끝에 택한 행선지는 은행계였다. 1998년 IMF 시기 신한은행 기업구조정팀에서 워크아웃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채무 구조조정 업무를 도맡았다. 은행의 업무 스타일을 탈피하고 싶던 차에 2001년 지인 소개로 교보증권로 이직을 감행했다. 증권사에 첫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증권사 첫 업무는 ABS 자산담보부 채권 발행업무였다. 두 건의 딜던 이후 이내 기업금융2부로 발령이 났다. IPO업무 담당 부서로 이때부터 2002년부터 지금까지 21년동안 쭉 IPO 외길만 걸었다. 기업금융 업력까지 더하면 30년이 넘는다. 오랜 업력 만큼이나 업계 내에선 '베테랑', '마당발' 로 통하고 있다.
그가 성사시킨 IPO딜 건수만 따져보면 100건이 넘는다. 교보증권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가비아, 바텍, 제이브이엠, 중앙백신 등 총 20개의 코스닥 상장을 성사시켰다. 2008년 IBK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코스피 3개사, 코스닥 38개사, 코넥스 54개사의 증시 입성을 도왔다.
배 본부장이 IBK투자증권에 합류한 건 2008년 창립 때부터다. 중소·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조달의 임무를 띄고 탄생한 신생 증권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가야 하는 시기였다.
그러던 중 2009년 말 스팩(SPAC) 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직상장에 비해 심사 절차가 간소하고, 미래 성장성에 맞춰 높은 밸류에이션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 방식인 만큼 배 본부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서정학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은행과의 시너지도 극대화되고 있다. 서 대표는 IBK기업은행 출신이지만 기업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IPO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대표주관 체결량도 급증하고 있다. 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체결한 IPO 대표주관 건수는 연말까지 약 21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 본부장은 "스팩합병과 코넥스 상장건수는 선두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중견기업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 자부심을 갖고 IPO에 임하자
배 본부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한 자부심은 막연히 수익성을 쫓는 일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다.
그는 "코넥스나 스팩상장처럼 가성비가 떨어지는 딜을 많이 하다보니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작성하는 문서가 본인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중소기업들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다보면 보람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의 가치관은 공공성이 짙은 IBK증권의 IPO 수장다웠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자본시장 파트너가 되겠다는 회사의 정체성과 부합했다.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구조조정, M&A 등의 업무를 돕는 것을 넘어 선순환 파급효과까지 고려한 해법도 염두에 두고 업무에 임하겠다는 의지다. 이를테면 IPO 이후 주주들과 임직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자세다.
현재 IBK증권 IPO 조직은 20명 정도 규모다. 배 본부장은 타사에 비해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했다. 중소기업들의 특성상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데 그 한계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업무를 주력해왔다. 여기에 특화된 솔루션까지 제공하니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1 : 스팩합병 편견 깬 '비올'…IPO로 기업가치 인정받다
다만 지난 20년 중 최고의 딜이 뭐냐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대형 딜보다는 대부분 중소형 딜 업무에 치중해온 경력의 특이점 때문이다. 딜 마다 규모는 비슷하고, 그렇다고 어느 하나 덜 쉬운 딜도 없었다. 고심 끝에 비교적 최근의 딜 스토리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스팩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비올'이다.
비올은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당초 IBK 증권은 비올과 IPO 보다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논의했다고 한다. 실적이 미미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다만 미팅을 하던 중에 회사의 성장성이 높아 IPO를 주저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스팩방식으로 IPO이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6개월간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배 본부장은 "자금조달 컨설팅 중에 스팩합병 방식을 권유하더라도 거절하는 회사들도 많다"며 "비올은 IBK와 실사 전부터 체질개선부터 이루면서 경영진과 상호 신뢰관계를 쌓아왔고, IPO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인정받고 있어 자랑할 만한 딜"이라고 평가했다.
비올의 IPO 이후 실적 성장세는 가팔랐다. 매출은 2020년 122억원 수준에서 2022년 311억원으로 두배 넘게 뛰었다. 2020년 11월 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은 400%가 넘는다. 스팩 기준가인 2000원 대비 꾸준한 주가 리레이팅을 이어가고 있다.
◇트랙레코드2 : 코넥스 상장 1호 '에코앤드림'
배 본부장이 뽑은 두번재 인생 딜은 에코앤드림(구 이엔드디)이다. 2013년 7월 코넥스 시장(KONEX Market)이 처음 열렸을 때 입성한 기업이다. 코넥스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어 제 3의 주식시장으로 생성됐으며, IBK증권 영향력이 유독 큰 시장이다.
배 본부장은 에코앤드림과 지정자문 업무를 수행하며 첫 관계를 맺었다. 경영진과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아온 결과 IPO컨설팅도 맡게됐다. 에코앤드림은 매연저감장치가 주력 사업이었는데 코넥스 상장을 통해 2차전지 관련 양극활물질 전구체 개발사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한단계 도약을 위해 코스닥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2016년 기술특례상장 방식을 추진하며 기술평가까지 받았지만, 사드사태라는 중국발 돌발악재로 불가피하게 상장을 연기하게 됐다. 그리고 4년 뒤 2020년 코스닥 이전 상장에 성공했다. IBK와의 7년간의 호흡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배 본부장은 "IR 과정에서 2차전지 관련주로서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투자수요가 늘어나며 실제 공모금액도 2016년 계획했던 금액 대비 높은 33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목표 : 스팩 모범사례로…코스닥 IPO 'Top5' 도약
IBK증권은 스팩합병 성공률로 보면 1위다. IBK23호스팩이 상장한 가운데 청산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합병 실패율은 13%, 성공률은 87%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빈스팩의 합병 성공률이 50%에 불과한 가운데서 이룬 성적표다. 스팩 도입 초반부터 트랙레코드를 탄탄하게 쌓아온 덕에 가능했다.
배 본부장은 "오랜 기간 스팩 업무와 관련해 기업고객, 투자자, 회계법인, 한국거래소, 금감원 등 유관기관들과의 신뢰감을 형성해왔다"며 "합병 기준가 이하로 주가가 형성되는 비율은 시장 하락에 따른 두 건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IBK가 스팩시장의 모범 표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IBK13호 스팩이 합병 주총에서 부결됐던 점을 반면삼아 밸류 산정과정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그는 "스팩이란게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이지만, 합병과 관련된 각종 어떤 밸류에이션과 관련된 이슈도 있고 실무적인 부분에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스팩 시장의 활성화에 모범적인 선두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스팩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가 불안정해질수록 시장의 관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IBK증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소규모 공모를 원하는 중소 중견기업들은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희망할 수 밖에 없다. 배 본부장은 IPO 주선의 양적 증대를 통해 코스닥 상장건수 기준 국내 'Top5' IPO 하우스가 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올해 IBK증권은 코스닥 직상장 2건(비아이매트릭스, 이노진), 스팩합병 3건(라이콤, 신시웨이, 벨로크), 코넥스상장 5건(미쥬, 바이오텐, 한국피아이엠, 큐라켐, 삼미금속) 등의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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