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형 헤지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의 희비가 연말에 엇갈리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은 전년 대비 펀드 설정원본을 100% 이상 끌어올리며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낸 모습이다. 반면 엑스포넨셜자산운용, 리커버리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외형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정원본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증권형 헤지펀드 하우스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설정원본이 1000억원 이상이었던 주요 운용사 204곳 가운데 부동산 전문 사모운용사를 제외하고 집계된 수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 14일 기준 7110억원으로, 전년동기(3169억원) 대비 124.4% 증가했다. 최근 1년새 유입된 신규자금만 약 4000억원에 달했는데, 주식형과 혼합자산형 헤지펀드에 각각 800억원, 300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차별화된 상품성으로 펀드 판매사들의 선택을 받은 게 주효했다. 순수주식형 상품이 좀처럼 취급되지 않는 업황에도 손익차등형 구조를 채택해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여러 판매사들의 가판대에 상품을 내걸 수 있었다.

순증한 설정액 4000억원 가운데 약 80%가 리테일 자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카카오뱅크 매각대금 중 일부로 설정된 '한국밸류 The Value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몇몇 기관전용 헤지펀드들이 나머지 20%를 책임졌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펀드 설정원본이 전년동기 114.8% 증가하며 업계 증가율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200억원에 불과했던 설정액은 자금 유입에 힘입어 최근 260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보여준 롱숏전략 운용성과가 자금 유입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롱숏 헤지펀드들은 올해 상반기 헤지펀드 리그테이블에서 동일 전략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두루 랭크된 바 있다. 상반기 수익률 14.3%를 기록했던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H 일반사모투자신탁'은 지난달 말까지 27.0%의 성과를 달성하며 하반기에도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올해 순증한 1400억원을 절반씩 책임졌다. 기관투자자들은 주로 기존에 설정돼 있던 개방형 펀드에 자금을 출자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신규 펀드에 투자금을 맡긴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신규 설정된 헤지펀드 설정액은 약 690억원이다.

업계 3위에 오른 라이프자산운용은 펀드 설정원본을 전년동기 대비 112.6%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3100억원 수준이던 설정원본은 최근 660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순증한 3500억원의 90% 이상이 기관성 자금이라는 전언이다.

올해 초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카카오뱅크 매각대금 중 약 400억원을 유치했고 나머지 3000억원 가량은 각각 다른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에도 라이프자산운용 펀드들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게 주효했다. 생보사는 물론 각 공제회 등으로부터 연금성 자금도 유치했다.

한편 펀드 설정원본이 급격히 쪼그라든 하우스로는 엑스포넨셜자산운용, 리커버리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이 꼽혔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1100억원 수준이던 펀드 설정원본이 92.4% 급감해 최근 8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을 오랜 기간 이끌던 김기태 대표가 지난 10월 하우스를 떠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리커버리자산운용은 펀드 설정원본이 1년새 70.0% 감소하며 엑스포넨셜자산운용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도합 4500억원 규모의 채권형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11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1년새 66.6% 감소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전년 대비 3300억원 감소한 16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