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자금조달 그 후]차입금 '6200억' 감축, 재무건전성 '작년 말' 수준으로①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각각 22.3%, 11.9%…추가 수입원은 나와야
이호준 기자공개 2023-12-22 09:11:53
[편집자주]
'6245억원'. SK이노베이션이 3개월 만에 감축한 차입 규모다. 대규모 자금을 단기에 조달하기 위해 기획한 조단위 유상증자의 성과답게 상당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채무 상환에 배정된 돈은 사실상 다 지출했다고 보는 게 맞다. 돈 들어올 구멍이 또 있을지, 계열사들을 지원할 여력은 있는지, 새 수장 박상규 총괄사장은 어떻게 대처할지 등 회사가 마주한 고민을 다시 곱씹게 한다. SK온 수혈과 유상증자 후 바뀐 SK이노베이션은 어떤 상황일까. 더벨은 전환점이라 부를 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적·재무적 변화를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8: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의 초점은 줄곧 SK이노베이션의 '빚'에 있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총 차입금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상승기라 그만큼 이자 부담도 늘어나 불과 6개월 만에 지난해 누적 금융비용(600억원)에 맞먹는 숫자(590억원)도 보여줬다.해결사는 결국 하반기에 단행한 '유상증자'. 곳간을 헐어 만든 돈(3000억원)과 합쳐 이번 3분기에만 약 62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은 크게 좋아졌다. 요약하면 자회사 SK온 수혈을 막 시작한 작년 말로 돌아간 상황이다.
◇차입금 6200억 감축…작년 말 수준으로 '리셋'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자본시장의 핫 플레이어 중 한 곳이었다.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9월 약 1조143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다.
결과적으로 이 유상증자가 아니었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은 아직도 높았을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28%였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5%로 1년 만에 5%포인트가 상승해 있었다.
주주들에게서 돈을 수혈받은 SK이노베이션은 곧장 '상환 모드'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총차입 규모가 3조1650억원에 달했던 SK이노베이션이다. 그런데 유상증자가 진행된 3분기 말 현재 총차입 규모는 2조5410억원으로 약 6200억원 가까이 감축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 결정 당시 조달 금액 중 약 27%인 3156억원을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차입금 상환액 중 절반은 유상증자, 나머지 절반은 기존에 보유하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7560억원에서 덜어온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도 단번에 좋아졌다. 3분기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2.3%, 11.9%다. 지난 상반기 대비 각각 6%포인트, 4%포인트 낮아졌다. 사실상 SK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시작한 작년 말(22.4%, 11.8%) 수준로 돌아간 것이다.
◇자회사 상황 충분치 않아…재무건전성 향배는
물론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돈이 채무상환에 다 쓰였다는 말은 앞으로는 채무를 갚아 나가기 위한 다른 구멍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의 중간 지주사다. 밑으로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어스온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쟁쟁한 업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친환경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에 여념이 없다. 자금 소요가 가장 심했던 SK온 역시 반년 만에 8조원을 조달하며 자금난을 일부 해소한 듯 보이지만 현대차·기아로부터 2조원 차입, 외화채 9억달러 발행 등의 부채성 조달이 상당하다.
배당금을 수령해 언제든 현금을 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자체적으로도 그린 비즈니스 투자(4092억원)와 연구·개발 강화(4185억원) 투자가 예정돼 있다. 그만큼 유사시 계열사들을 지원할 여력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 등은 실제로 2020년대 들어서 배당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SK이노베이션의 자체 투자만 남은 상황이라 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사실상 이제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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