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SK㈜ vs ㈜LG]차입금 늘리는 SK㈜, 현금 쌓는 ㈜LG⑤[재무]투자활동에 11조원 차입한 SK㈜, 투자처 신중하게 찾는 ㈜LG
김위수 기자공개 2023-12-22 09:13:5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0일 07: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조와 11억원. 1만배의 차이가 나는 이 숫자들은 올 3분기 기준 SK㈜와 ㈜LG에 남아있는 차입금이다.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지난해부로 차입금 규모 10조원을 넘긴 SK㈜와 달리 ㈜LG는 현금을 쌓아두고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K그룹과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LG그룹의 차이가 극적으로 드러난다.◇SK㈜, 차입금 증가세 '뚜렷'
올 3분기 기준 SK㈜의 총차입금은 11조407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차입금 10조원을 넘긴 뒤에도 차입금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2020년 30% 안팎이었던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부터 줄곧 3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공식적인 기준은 없지만 시장에서는 대체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SK㈜의 차입금의존도는 39.1%로 계산됐다.
통합 지주사가 출범한 2015년 SK㈜의 총차입금은 5조7417억원, 이듬해에는 5조7416억원이었다. SK㈜의 차입금은 장동현 부회장이 SK㈜의 대표이사를 맡아 투자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는 7조원대에서 차입금이 관리됐는데, 2021년 투자전문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2020년 7조2316억원이던 SK㈜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9조8020억원으로, 1년 뒤에는 11조2894억원으로 뛰었다.
투자자산에 대한 엑시트가 뒷받침되기는 했지만 투자 속도가 더 빨랐다. SK㈜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20년이 마이너스(-) 3449억원, 2021년이 마이너스 1조2336억원, 2022년이 마이너스 1조원으로 나타났다.
SK㈜는 IT서비스 및 상표권 수수료, 배당금, 임대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자회사가 특별히 호실적을 냈거나 특별배당을 실시할 경우 SK㈜의 실적은 크게 좋아지곤 한다. 2021과 2022년의 경우 연간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각각 3368억원, 4480억원에 불과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차입금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는 SK그룹의 전반적인 투자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SK㈜ 역시 앞으로 투자보다는 관리에 방점이 찍힌 지주사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산 처분과 이에 따른 차입금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현금 쌓는 ㈜LG, 투자는 언제쯤
㈜LG의 자산운용은 SK㈜와 완전히 상반된다. SK㈜가 지난 몇 년간 차입금을 쌓아왔다면 ㈜LG는 반대로 현금을 쌓아왔다. 10억원 수준의 차입금이 있기는 하지만 재무지표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1조원이 훌쩍 넘는 현금성자산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마이너스(-) 순차입금 상태를 줄곧 유지해 왔다.
다만 ㈜LG에 현금성자산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9년 이전까지만해도 ㈜LG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보통 3000억원 안팎으로, 실적이 좋은 시기에는 6000억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LG의 현금성자산 규모가 1조원대로 확대됐다. ㈜LG가 지분 85%를 보유한 LG CNS의 지분 35%를 글로벌 사모펀드 맥쿼리PE에 매각하며 1조원을 쥐게 된 것이다.
LG CNS 지분 매각은 현금 확보보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에 목적이 있었다. LG CNS가 그룹 일감을 받기 위해선 ㈜LG의 LG CNS의 지분율을 50% 아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LG는 주주계약을 통해 2025년 안에 LG CNS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LG CNS IPO 과정에서 ㈜LG에 추가적인 현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LG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1조6670억원에 달한다. 이중 자사주 매입 및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1조3000억원 이상을 신사업 투자에 투입한다는 것이 ㈜LG가 꾸준히 밝혀온 계획이다. 보유 중인 현금을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이 2022년 4월인데, 1년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LG 차원의 투자계획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신중한 태도로 투자에 접근하는 LG그룹의 기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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