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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베트남 '하이퐁'에서 만난 성공공식

서하나 기자공개 2023-12-22 07:10:5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업계를 취재하면서 지방 출장이 잦아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다양한 산업에 대해 가장 빠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 탐방이다. 대부분 공장이 지방에 있다보니 울산, 창원, 부산, 마산, 군산 등 수많은 도시를 방문했다.

그러다 베트남 북부의 항구도시 '하이퐁'도 갔다. 하이퐁은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중요한 경제 중심지다. 한국으로 치면 거제도나 울산과 같은 공업도시다. 항구도 동남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깜 강에 있는 하이퐁 항은 3개의 주요 부두를 가지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보니 거대한 한인타운도 있다.

정오쯤 도착해 달리는 버스 밖에는 보슬비가 내렸다. 비를 뚫고 거대한 공장들이 들어왔다. 하이퐁이란 낯던 도시에서 만난 한글로 쓰인 사명은 생경하면서 정겨운 이상한 느낌을 줬다. 루마니아 아주 낯선 시골 마을에서 인턴십을 했던 기억이 오버랩됐다.

탑런토탈솔루션은 2015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다. 긴 시간을 양산 준비만 하다보니 바나나 나무를 심고 염소까지 키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단 법. 베트남 법인은 몇년 뒤 탑런솔루션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고 연매출 5000억원을 바라보는 글로벌 부품사로 성장하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아직 중견기업이지만 글로벌 진출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를 실행했다. 한국에서부터 유망한 베트남 학생을 발탁해 교육시켰고 현지에 투입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잇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넓은 공장을 철저하게 질서정연하고 깔끔하게 유지했다. 공정 자율화를 통한 쾌적한 작업 환경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 마음도 움직였다.

2010년 루마니아 조선소(DMHI, Daewoo-Mangalia Heavy Industries)로 인턴십을 갔다가 귀한 경험을 했다. 부부젤라를 부는 수백명 근로자가 파업을 했다. 소음을 막기 위해 귀마개를 나눠줬지만 집중이 어려울 만큼 혼란했다. 임금 인상과 작업 환경 개선 등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강당에서 '한강의 기적' '젓가락 쥐는 법' 등을 발표했다. 한국과 루마니아간 문화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였다.

글로벌 진출은 새로운 기회지만 그만큼 엄청난 도전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조직 구조와 관리, 통제, 변화 등이 총체적으로 요구된다. 예기치 못한 정부 규제나 경쟁사의 등장, 파업 등 돌발 변수에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도 관건이다.

하이퐁에서 보낸 이틀은 '감언(감사합니다)'을 익히기도 전에 끝난 짧은 여정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탑런토탈솔루션은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투자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신뢰'라면 꽤 밝은 미래를 봤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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