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산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성공했나HMM 정상화와 별개…한국 해운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
고설봉 기자공개 2023-12-22 08:28:3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매각은 단순한 차원의 딜(Deal)이 아니다. 기업간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거래(M&A)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춰 기업구조조정 및 산업재편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딜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HMM의 구조조정 성과와 국내 해운 및 그 전후방 산업군의 육성이란 측면이 산은 입장에서 더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과거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후 정부와 산은이 내걸었던 해운재건 프로젝트는 이번 HMM 매각으로 일단락된다.
이 시점에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해운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국적 원양선사의 육성과 지속가능한 해운물류산업 육성이란 측면에선 이전 대비 시장 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다.
HMM은 현재 유일한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다. 제조업 중심의 대한민국 산업계에서 해운업은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핵심 물류산업이다. HMM은 완제품 수출이란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국적 원양선사의 필요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전역으로 한국산 제품을 안정적으로 수송해야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제품을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수단은 해운이다. 육상은 막혀 있고 항공운송은 한계가 뚜렷하다.
코로나19 기간 국적선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생산과 소비, 원자재와 완제품의 공급처와 수요처,생산지가 글로벌 각지에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해운대란이 일어났다. 다른 물류산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번에 대량 운송이 가능한 해운업은 의도치 않게 호황기를 누렸다.
해운업 호황기 이면에는 제조산업의 원가상승이 있었다.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 과정에서 운임이 계속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선적할 배를 찾지 못해 웃돈을 주는 것이었다. 국적 원양선사가 없는 나라의 경우 다국적 선사의 폭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다시 한번 국적 원양선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현재 HMM 만으로 수출 한국의 성장을 지탱하기는 힘들다. 해운 재건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HMM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수익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해운산업 전체를 보면 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하기 이전인 2017년과 비교해 전체 산업 규모는 작아졌다.
과거 국적 원양선사로 HMM 전신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있었다. 두 대형 국적선사가 부산항을 모항으로 전 세계에 정기노선을 구축했다. 유럽과 미주 서안, 미주 동안,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5대양 6대주에 촘촘하게 정기 노선이 구축됐다.
그러나 2016년 산은은 해운업에 대대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양대 선사 모두 경영 부실에 빠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은 각 대주주의 책임경영과 희생을 요구했다.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한진칼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현대그룹은 이를 수용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현대상선은 몇 번의 조율을 거쳐 산은 관리체제로 편입됐다.
이후 해운재건이 시작되면서 현대상선은 HMM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주주 잔여 지분이 모두 산은으로 이관되면서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하고 해운업 재건이 시작됐다.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HMM은 우선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수익성이 향상됐다. 이에 산은과 해진공 등은 HMM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을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다만 지난 7년여 과정에서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 주요 항만시설 매각이 이뤄지면서 인프라가 위축됐다. 또 정기선 노선의 숫자가 줄었다. 기항지도 감소하면서 촘촘했던 해운 물류망이 다소 헐거워졌다.
실제 2016년 9월말 기준 옛 한진해운과 옛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생산능력은 923만1380TEU에 달했다. 그러나 2023년 9월말 현재는 HMM이 보유한 409만1160TEU가 전부다. 해운재건 과정에서 국적 원양선사 생산능력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또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에서 오히려 격차가 커졌다. 과거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사였다. 해외에서는 ‘삼성’이란 브랜드 만큼이나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었다. 현대상선은 국내 2위, 세계 18위권을 형성했다. 두 회사를 합쳐 한국은 세계 선복량 기준 8위의 해상왕국으로 불렸다.
현재 HMM은 세계 8위 규모 컨테이너 선사다. 그러나 선복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3.1%에 그친다. 과거 한진해운 3.1%, 현대상선 1.9% 등 양대 선사가 약 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데 비해 1.9% 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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