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4: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에서 현금창출을 일으키는 최고의 자산은 게임 소프트웨어 같은 지식재산(IP)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같은 IP는 거의 20년 동안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며 가치를 창출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에도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란 양대 IP가 있다.

이 가운데 로스트아크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RPG는 상장(IPO) 카드를 뽑아들면서 회계방식을 일반기업회계기준(GAA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무형자산 가치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IP의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가시화된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매년 수천억 벌어들인 로스트아크, 자산가치는 12억

IFRS로 평가된 스마일게이트RPG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8930억원으로 전년(4425억원)대비 2배가량 늘었다. 2020년 말 81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10배 넘게 커졌다. 자산은 상당분인 6862억원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은 각각 28억원, 27억원으로 미미하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 등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통을 하는 업체다. 소프트웨어는 결국 무형자산인데 무형자산 규모가 의외로 크지 않다. 예전에는 원가주의(취득원가 기준) 회계인 GAAP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작년부터는 시가주의(현재가치 기준) IFRS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무형자산은 전년 말(29억원)대비 늘기는 커녕 소폭 감소했다. 물론 전년 초(1억원)에 비해선 대폭 증가한 수준이나 스마일게이트RPG가 로스트아크 IP로 연간 수천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이 적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프트웨어가 12억원으로 취득원가(57억원) 대비 대폭 상각됐다. 산업지식권은 296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며 회원권이 14억원으로 취득원가와 비슷하다.

이는 IP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을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게임사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정한다. 때문에 스마일게이트RPG 매출을 2020년 835억원에서 2021년 4898억원, 작년에는 7369억원으로 끌어올렸던 원천인 로스트아크 IP의 가치가 27억원으로 평가됐다.

◇IP 활용한 2차창작, 아직 구체화된 계획 없어

다른 게임사도 비슷한 추이다. 리니지 게임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경우 9월 말 기준 무형자산 규모가 1215억원으로 유형자산(1조287억원)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게임 소프트웨어에서 창출된다. 현금흐름과 수익원을 책임지고 있지만 IP 같은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보다 낮게 매겨진다.

다만 스마일게이트RPG는 엔씨소프트보다 IP 자산가치 평가가 좀 더 박하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 IFRS는 기업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반영되는 회계방식이나 자산가치 산정에는 합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무형자산처럼 실체가 없는 자산의 경우 부가가치 창출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유추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 IP를 활용한 멀티유즈에 대해 아직 가시적인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IP는 하나의 원천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한 자산이다.

가령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래 웹소설 히트작이 웹툰과 드라마로 2차 창작이 됐다. 게임도 비슷한 활용이 가능하다. '모탈컴뱃', '사일런트 힐' 같은 영화도 게임이 원작이다. 스마일게이트RPG의 계열사인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중국에서 이를 주제로 제작한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로스트아크 IP를 게임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뭔가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