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리더는]'마이웨이' 후보추천위, 부담은 커질듯이례적으로 새벽 1시 보도자료 배포…최정우 회장 3연임은 더욱 불투명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02 11:30:38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최 회장의 3연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이이사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KT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새벽 1시에 입장 발표…'인사 개입에 단호히 대처' 메시지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독립적으로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 회장의 3연임 지원은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회장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희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보도자료는 오전 1시를 넘겨 나왔다. 김 이사장의 인터뷰가 오후 5시쯤 나왔는데 대응 여부와 방법 등을 고민하면서 시간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사하는 건 명확하다. 국민연금의 인사 개입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대로 후보를 선임하겠다는 뜻 역시 강하게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외이사들이 연달아 사퇴하는 내홍을 겪으며 무려 세 차례나 회장 선임 절차를 거쳐야했던 KT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보여줬다는 관측이다.
김태현 이사장이 문제를 제기한 건 후보추천위원회가 기존 사외이사 7명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인 최정우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사실상 최 회장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T의 경우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쳐 구현모 전 사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두 번째 후보 역시 낙마했고 사외이사들도 줄줄이 사의를 밝혔다. 결국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회가 외부 인사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CEO로 선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들 부담은 커질 듯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는 최 회장과 길게는 5년 5개월, 짧게는 9개월 이사회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성진 사외이사는 2018년 3월, 박희재 사회이사는 2019년 3월 최초로 선임돼 한 차례 연임했다. 김준기 사외이사(2023년 3월 선임)는 9개월,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2021년 3월 선임)는 2년 9개월, 유진녕·손성규 사외이사(2022년 3월)는 1년 9개월 정도 이사회에 몸담았다.
이 시기 이사회에서 굵직굵직한 안건들이 여러 차례 다뤄졌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분할계획서 승인, 본점 소재지 등기 승인,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합병 승인 등이다.
이들 대부분 무난하고 합리적인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후보추천 자문단을 운영하는 등 일반 기업에 비해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편이다. 소유 분산 기업인 만큼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더욱 부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영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논리대로라면 회장을 뽑기 위해 기존 사외이사를 모두 물갈이하고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사실상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놓고도 그간 크게 문제된 적이 없었다. 김준기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해 선임 과정에서 기존 사외이사와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잡음이 불거졌으나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나머지는 선임 과정은 물론 선임 이후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잡음이 불거진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사실상 최 회장의 3연임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건 만큼 레이스를 완주하기엔 다소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사외이사들 역시 지금은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비슷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질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을 후보군에 넣자니 외부 압박이 신경쓰이고, 그렇다고 빼자니 뺄 명분이 없는 탓이다.
◇후보추천위, 서치펌 10곳 공개하며 투명성 강화
포스코그룹은 추후 불거질 수 있는 투명성 논란에도 적극 대처하는 모양새다. 29일 오후 3차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날 논의된 내용 역시 상세히 공개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0.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를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주주 추천 절차를 시작했다. 외부 인사 추천을 위해 국내외 서치펌 10곳도 선정했다.
눈에 띄는 건 서치펌이 어디인지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지난번 회장 선임 땐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선정된 서치펌은 그레이스앤파트너스, 브리스캔영, 스탠튼체이스인터내셔널, 유니코써치, 유앤파트너즈, 커리어케어, 패스파인더 등이다.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후보는 누구나 해당 서치펌 중 한 곳에 지원 가능하다. 서치펌에서는 최대 3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KT와 차별화 지점도 명확히 제시했다. KT는 앞서 공개모집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기존대로 서치펌을 통해 후보를 추천받는다. 포스코홀딩스는 "일반적인 공개모집 방식에 비해 서치펌을 통해 보다 검증된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공개성, 공정성 및 실효성을 함께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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