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잠재매물 리노공업, 관건은 '몸값' 해외 PE 물밑 접촉 움직임…이채윤 회장 지분가치 1조1200억대 '눈길'
조영갑 기자공개 2024-01-04 08:25:4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리노공업이 팔릴까?"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올해 관심사다. 리노공업은 수년 전부터 M&A(인수합병) 업계에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잠재매물'로 분류된다. 그만큼 리노공업 대주주(이채윤 회장)의 매각 의지가 존재하고, 국내를 비롯한 해외 FI(재무적 투자자) 및 SI(전략적 투자자)의 관심도 역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PE(사모펀드) 핵심 관계자가 복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리노공업 경영권 지분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등 올해 리노공업 인수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국내외 인수합병 시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리노공업은 반도체 검사용 소모품인 '리노핀(Leeno pin)'을 개발한 제조사로 관련 세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 굴지의 인수합병 회계법인 관계자는 "복수의 해외 소재 PE 등이 리노공업 관련 인수에 깊은 관심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다만 리노공업의 본사가 부산에 있고, 핵심 경영진이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 의향 타진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당 이슈가 자본시장 내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것은 아직 매도자와 원매자 간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 뿐 양자 간의 니즈는 충분하기 때문이라 전언이다. 이채윤 리노공업 회장(대주주)의 매각 의지가 여전히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1950년 생인 이 회장은 여전히 리노공업 일선에서 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지분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경영승계를 두고 고심이 큰 걸로 안다"면서 "향후 막대한 증여세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리노공업 이사회 내에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민 이사(영업담당)가 활동하고 있지만, 지분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2011년 리노공업에 입사한 이 이사는 2015년 싱가포르 유학(James Cook University Singapore MBA) 등으로 공백기를 가진 후 2019년 재입사해 사내에서는 기반이 약한 편으로 평가된다. 1984년 생(40세)이다. 리노공업에서 7년 가량 근무했다.
시장에서 꼽는 리노공업의 매력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우수한 현금 창출 능력이다. 리노공업은 반도체 테스트핀인 '리노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기업이다. 테스트핀 글로벌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약 70% 가량의 점유율이다. 메모리 글로벌 1위 삼성전자나 비메모리 세계 1위 TSMC 모두 매년 막대한 양의 리노핀을 발주해 사용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리노핀의 선호도가 높다.
800~1000개 가량의 리노핀이 꽂힌 IC 소켓을 통해 로직 칩을 장착, 후공정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소모품이지만, 역설적으로 소모품이기 때문에 회전율이 좋아 매년 막대한 수준의 이익률(OPM)을 기록하는 회사로도 이름이 높다. 지난해 전방 고객사의 투자 확대로 매출액 3244억원, 영업이익 1366억원을 기록했다. 이익률만 42.38% 수준이다. 올해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도 불구 40% 이상의 이익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좌비율 역시 1000% 이상이고, 유보율은 6000% 수준(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반면 부채비율은 7%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달성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당좌자산은 4050억원이다. 이익잉여금 역시 5204억원 수준이다. 매년 40%대의 배당성향을 보이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400억~500억원을 꾸준히 주주들에게 풀고 있다. 현금 곳간이 두텁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올해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기업가치 역시 치솟았다. 5월 중순 10만원 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약 7개월 만에 2배가 넘는 22만5000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3조4000억원 수준이다.
현 주가 기준 이 회장의 지분가치만 1조12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528만주(34.66%)를 쥐고 있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상황인데다 사전증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만약 장녀인 이 이사에게 지분을 그대로 승계한다고 가정하면, 보수적인 산술로만 증여세액만 5000억원 이상 부과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승계가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매물로만 시장에서 회자되는 까닭은 '매각가'의 갭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노공업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1996년부터 30년 넘게 경영을 이어왔고, 현실적으로 지분증여가 힘든 상황임을 잘 알기 때문에 매각의 니즈가 있지만 문제는 밸류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지분의 현가만 1조1000억원이 넘는데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20%)하면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견제 주주가 없기 때문에 일부만 블록딜을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현금성 자산이 막대하고, 시장 지배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대주주 측의 눈높이는 이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조3000억원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협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리노공업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했으나 리노공업 관계자는 "즉답을 드릴 수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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