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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GAA 선제 도입 효과, '2나노' 발휘 기대③2024년 안정화 수준 관건, 2025년 판가름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0 13:20:13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술력이 대만 TSMC에 1~2년 뒤처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TSMC가 2나노미터(nm)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부터는 삼성전자가 앞설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의 말이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발언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약 45%에 달한다. 압도적인 열세지만 경 사장은 4~5년 안에 TSMC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점유율, 매출 등 수치적으로 역전하기보다는 기술 측면에서 산업을 리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TSMC·인텔보다 먼저 활용

경 사장이 장밋빛 전망을 그린 건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트랜지스터 기술 덕분이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회로 내 전기신호 증폭과 스위칭을 담당하는 소자를 일컫는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구조다. 기존 핀펫(FinFET) 시스템은 3면이 접촉한다. 많이 닿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채널을 와이어 형태에서 납작하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로 변경했다. MBC(Multi Bridge Channel)FET이라고 부르는 기술로 이를 통해 게이트와 채널이 접촉 면적을 재차 확장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기반 반도체를 양산했는데 이때 GAA를 처음 적용하기도 했다. TSMC의 경우 같은 해 하반기 3나노 공정을 상용화했는데 트랜지스터는 FinFET으로 구현했다.

사실 초기에는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높지 않았다. 첨단 공정 자체의 난도가 높은 데다 GAA라는 거대한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이었던 것일까. 초반 10~20% 그쳤던 수율이 최근 들어 약 3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익숙한 FinFET을 사용한 TSMC는 비교적 높은 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사는 재작년보다 한층 성숙된 3나노 2세대 공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각각 GAA, FinFET 기반이다. 수율은 물론 성능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나노 2세대가) 전력 효율, 로직 면적 등 주요 지표에서 1세대보다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 특히 4나노 FinFET 대비해서는 각각 20~30% 올라간 상태"라면서 "신공정으로 유수의 데이터센터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TSMC 역시 1세대보다 2세대에서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형 고객인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으로부터 3나노 2세대 물량을 어느 정도 약속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중 애플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주는 확정적이다. 애플이 첫 인공지능(AI) 아이폰 출시를 예고한 만큼 TSMC의 3나노 2세대 기술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에 3나노 고도화가 진행된다면 2025년에는 2나노 시대가 열린다. 주목할 부분은 TSMC도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GAA 3년차에 접어드는 시기에 TSMC가 발을 들이는 셈이다. 경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이 수차례 "2나노부터 다를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전까지 GAA 완성도를 얼마나 높일 지가 승부의 추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시작했고 차근차근 개선을 이뤄내고는 있지만 아직 초격차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도 양산 경험이 없을 뿐 연구개발(R&D)은 지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는 의미다. 3나노에서의 쌓은 노하우가 삼성전자에 어느 정도 힘이 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 인텔은 두 회사와 유사한 일정을 내놓고 있으나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3나노까지 2~3걸음 늦었던 인텔이지만 2나노는 올해 업계 최초로 개시할 방침이다. 인텔은 20A라 지칭한다. 여기서 A는 '옹스트롬'으로 0.1나노와 같은 크기다.

또한 인텔은 자체 GAA 기술인 '리본펫' 방식을 쓰고 반도체 웨이퍼 후면으로 전력을 전달하는 새로운 구조 '파워비아'도 활용한다. 한동안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인텔의 반격에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로드맵은 로드맵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획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초미세공정이 어렵고 R&D와 양산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ASML 본사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왼쪽 2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2번째)

◇하이NA 경쟁도 점화, 3파전 '엎치락뒤치락'

2~3나노 공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극자외선(EUV) 기술이다. EUV는 현시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불화아르곤(ArF) 대비 약 14배 짧은 파장을 통해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노광 방식이다. ArF로 수차례 패턴을 그리던 것(멀티패터닝)을 EUV로 한 번에 형성(싱글패터닝)할 수 있기도 하다.

이미 주요 파운드리 회사는 EUV를 수년째 사용 중이다. 2나노부터는 차세대 EUV인 '하이뉴메리컬어퍼처(NA)'가 도입된다. 하이NA는 EUV 대비 렌즈 및 반사경 크기를 확대해 해상력을 0.33에서 0.55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해상력은 렌즈나 감광 재료가 얼마나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EUV 이어 하이NA 설비도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한다. EUV 장비가 1000억대 후반에서 2000억대 초반이라면 하이NA 제품은 3000억대 중후반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NA는 인텔이 가장 먼저 조달한다. 선제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전자, TSMC를 따돌린 바 있다. 대당 단가가 높고 부품 만들기도 쉽지 않아 한번에 수십 대씩 찍어낼 환경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향후 3개 회사가 돌아가면서 장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점하는 인텔이 하이NA 레이스 초반에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2나노까지 반년 빠른 만큼 파운드리 후발주자로서 1~2위 기업을 추격할 기회다.

대신 삼성전자는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참하면서 ASML과의 협업을 약속한 바 있다. ASML은 경기 화성에 삼성전자와 1조원을 들여 하이NA 등이 포함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하이NA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노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EUV 쪽은 수급 경쟁부터 치열해 ASML와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면서 "(이 회장의) 이번 네덜란드 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과 동행했던 경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NA에 대한 기술적인 우선권을 삼성전자가 갖게 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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