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실적 반등·매출처 다변화 '실현'…내년 기대감 상승①바닥 찍고 반등세, AI·자동차 효과…첨단공정 경쟁 심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02 12:55:43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7.9% vs 12.4%'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서 추정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시장점유율이다.
여전히 격차가 50% 이상 차이 나고 있으나, 주목할 부분은 전기대비 매출 증가 폭이다. TSMC는 10.2%, 삼성전자는 14.1%로 다소 앞섰다. 3분기 삼성전자가 출시한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작을 TSMC가 맡았음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로 여겨진다.
◇삼성 파운드리 독립 7년차, 명과 암 공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시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파운드리 회사는 하청업체 취급을 받았다. 기술력 내세워 '수퍼을'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위상과는 천지차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위주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넓히는 차원에서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해 퀄컴의 통신칩 수주 계약을 따낸 사실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명맥만 이어오다가, 2016년 업계 최초로 10나노미터(nm) 공정 양산에 돌입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 5월 조직개편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 시스템LSI사업부의 파운드리사업팀을 사업부로 분리 및 승격하면서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파운드리 전용 라인을 대폭 늘렸다. 삼성전자는 7nm 라인에서 가장 먼저 극자외선(EUV)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참고로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짧은 파장으로 초미세공정을 구현케 하는 노광이다.
7nm부터는 첨단 노드에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5nm, 4nm, 3nm 등으로 이어지는 선단 공정에서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서야 인텔이 7nm 공정을 상용화했는데, 이전까지는 두 회사만 7nm 이하 공정을 다룰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TSMC에 맞설 유일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메모리 이외 분야에서도 기술력과 규모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20년대 들어 파운드리 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맞이하면서 매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4분기에는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길 정도로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2023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반이 한풀 꺾인 탓이다. 삼성전자는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역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 분기 만에 파운드리 매출이 반토막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3분기 들어서는 4조원대 후반까지 올라오면서 1분기 대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오토모티브 등이 반도체 불황 속 긍정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모바일 의존도를 낮추고 5세대(5G) 이동통신, 고성능컴퓨팅(HPC), 전력반도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나머지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4nm 등 첨단공정으로 HPC, 오토모티브 제품 등을 양산하면서 고객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있다. 이는 미국 그로크, 캐나다 텐스토렌트 등과의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2024년 시스템반도체 살아나나…완제품 관건
전반적으로 파운드리 업황이 좋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내년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부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우상향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21~2022년 수준은 아니어도 근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만큼 확 올라오진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처럼 AI, 오토모티브 등이 견인하고 모바일, 가전 등이 어느 정도 살아나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다. 모바일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모바일이 압도적인 건 사실이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프리미엄 AP 부활, 이미지센서 영토 확장 등이 플러스 요인이다. 네이버와 합작하는 AI 반도체, 현대차 등과 협력 강화 등도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내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5년차에 접어든다. 해당 비전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등극이 골자다. 따라서 파운드리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는 3nm부터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구조다. 기존 핀펫(FinFET)은 3면으로 많이 접촉할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계현 사장, 정기태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은 GAA가 고도화되는 2nm부터는 "현재와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구형(레거시) 공정보다는 선단 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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