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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테일러 공장 완공, 가동 시점·고객 확보 관건②미국서 TSMC보다 먼저 양산…첨단공정 안정화 초점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02 12:59:40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구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건물 공사를 끝낸 것으로 설비 반입, 시제품 생산 등을 거쳐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게 된다.

이미 미국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첨단공정이 도입되는 건 신공장이 처음이다.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 안정화, 전용시설 적기 투입, 공급망 최적화 여부 등이 초기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추가 투자 일정이 결정될 전망이다.

12월 초 촬영된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 출처 : 오스틴비즈니스저널(ABJ)

◇2025년 양산으로 밀리나…삼성전자 "예정대로 진행 중"

테일러 공장은 지난 2021년 11월 설립이 확정됐다. 170억달러(약 22조원)가 투입될 전망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땅 다지기 등 기초공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외관 작업이 사실상 끝나게 된 것.

이곳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설비가 들어선다. 기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돌아가고 있는 파운드리 거점과 큰 차이점이다. 오스틴 공장에서는 14나노미터(nm)급 공정이 최선단으로 테슬라, IBM, 메타(구 페이스북) 등에 제공하는 반도체를 제작 중이다.

테일러 공장의 경우 이미 캐나다 텐스토렌트, 미국 그로크 등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계약을 맺을 정도로 초미세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두 회사 제품은 4나노 기술이 도입된다. 이후 고도화를 통해 2~3나노 등까지 대응 가능케 할 예정이다. 고성능 컴퓨팅(HPC), AI 등이 핵심 응용처다.

당초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부터 해당 생산기지를 가동할 계획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태다. 투자 결정 당시 대비 크게 악화한 반도체 업황, 미국 보조금 수령 지연 등이 겹치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최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사업부장(사장)은 'IEDM 2023' 기조 연설에서 "테일러 공장에서 내년 하반기 안에 첫 번째 웨이퍼가 나오고 2025년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예정 시점보다 1~2분기 이상 밀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앞서 발표한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양산 연기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TSMC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앞서 TSMC는 미국 인력 이슈 등을 이유로 애리조나주에 세우는 생산거점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미룬 바 있다.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현지 일정이 TSMC보다 삼성전자가 앞선 상태다.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서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 수주를 따낸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선제 가동을 통해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다.

최 사장 언급대로 다소 밀리더라도 초기 수율을 빠르게 잡는다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에 성공했음에도 생산성, 안정성 등에서 확실한 이점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한발 늦은 TSMC가 3나노 역시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테일러 공장을 최대한 빠르게 최적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AI를 기점으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에도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이어 대형 고객을 TSMC에 내주긴 했으나, 2나노 전후 수주철이 다가올 때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2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여기선 '쉘 퍼스트' 전략이 도입된다. 이는 반도체 생산공간인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시장 수요와 연계한 탄력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주문량에 맞춰 장비 투입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전방 시장이 반등한다면 2공장 시설투자가 빨라질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협력사는 텍사스 진출을 통해 고객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양이엔지,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 클린룸과 소재를 다루는 중견기업들이 근거리에서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다른 소재 및 부품기업들도 텍사스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가 한창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평택·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캐파) 확장은 한창이다. 잘 알려진 대로 평택캠퍼스에서는 3공장(P3)에 이어 4공장(P4)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P3는 일부 가동 중으로 지속적으로 공정 장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P4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가동 개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P3와 마찬가지로 P4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라인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공장으로 구축된다. P4 내 비중은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으나, 미래 수요 대비 차원에서 파운드리가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맞은 편에는 5공장(P5)과 6공장(P6)도 지어진다. 이들은 2030년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이미 P5는 기초공사에 쓰이는 크레인이 세워지는 등 초기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불황 여파로 기대만큼 속도를 내진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캠퍼스 뒤를 이어 용인 산업단지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이 마련된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20년간 300조원을 쏟아부어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설립하고, 국내외 유수의 협력사를 150곳 내외 유치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화성, 평택 등에 용인까지 더해지면 경기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패키징 라인이 생기고 있는 온양, 천안 등 사업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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