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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승부수]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책임경영' 강조하는 이유는이어지는 실적부진에 불확실성 확대까지, "안주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

김위수 기자공개 2024-01-03 16:47:3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은 2년 연속으로 10명대의 임원 승진인사를 내고 있다. 2022년 말 실시된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단 10명만이 승진에 성공했는데, 지난해 말 실시된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는 16명뿐이었다. 2021년도 임원인사에서는 41명, 2022년도에는 39명이 승진 명단에 들었던 것에 비하면 '출셋길'이 매우 좁아진 모습이다.

승진규모가 축소된 것은 효성그룹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효성그룹은 2022년부터 본격화된 실적부진이 지난해까지 이어진데다가 신사업 성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중국·인도 등지의 경쟁자들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책임경영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효성 연결 영업이익, 올해는 1000억원 넘길까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효성의 누적 영업이익은 749억원으로 집계됐다. ㈜효성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줄어든 수치다. 단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반영한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의 연간 영업이익이 104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됐을 가능성이 크다. ㈜효성의 연결 실적에는 자회사들의 실적이 지분법에 따라 반영된다. 전년 대비 실적이 상향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실적'을 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효성의 연간 평균 영업이익은 2469억원으로 계산됐다. 최고치는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인 6406억원으로 나타났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649억원은 2018년 ㈜효성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기록한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2년 연속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2일 배포한 신년사에도 묻어나 있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중국과 인도의 경쟁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데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 각자의 자리에서 구성원 모두가 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이루어 내고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경영을 조직문화로 확고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더해 고객 지향 경영인 VOC(Voice of Consumer)와 애자일 경영, 데이터에 근거한 경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에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그룹 팀장 및 임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서였는데, 강력한 어조로 책임경영 강화에 대해 강조해 화제가 됐다.

당시 이메일에는 '사업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위기의식을 못 느껴 시장 환경의 변화 및 경쟁자의 위협 증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미흡하다',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나 경영층에서 지시한 사항에 대해 제대로 실천이 안 되고 있다'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올 신년사에서는 어조가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메시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불확실성한 국제 정세 흐름 속 경쟁자 반열에 올라선 중국·인도 등지의 기업의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또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책임경영 강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꼬집은 점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지난해 드러난 조 회장의 위기의식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턴어라운드 '기대', 신사업 추진 탄력받을까

다행인 점은 효성그룹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효성그룹의 실적을 끌어내린 계열사인 효성화학의 적자가 축소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2분기 1033억원에 달했던 효성화학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28억원으로 축소됐다. 관련업계에서는 내년부터 효성화학이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도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시황 개선 및 생산능력 증설효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효성중공업도 변압기 시장 호황으로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지난해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지분법이익 감소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결국 수요에 달리기는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되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효성중공업은 독일 린데와 함께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 3월 안에 공장을 완공하고 액화수소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대형 상용차용 액화수소 충전소 30곳도 건립할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와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앞세워 신소재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아라미드는 지난해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기존 1200톤(t)에서 3700톤으로 늘린 상태다. 이와 더불어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만4000톤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효성티앤씨는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의 친환경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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