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목받는 채안펀드]회사채 매입 대상 A급 확대 '갑론을박'③AA급 우량채 중심 한계 vs 운용사 '수익률' 마이너스 우려
손현지 기자공개 2024-01-10 13:09:38
[편집자주]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대표적인 정책펀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때 첫 가동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2022년 레고랜드 등 자금경색 때마다 가동해 채권시장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올해 또 다시 채안펀드를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발 위기 전이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버퍼로서 기대감이 크다. 역대 네번째 가동을 맞아 시장 내에서 체감하고 있는 채안펀드의 실효성과 운용상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5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안펀드가 실효성 있는 정책펀드로 자리잡기 위해 매입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채의 경우 'AA-' 이상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지만, 유동성 지원은 언제나 A급 이하가 더 절실하다. 채안펀드가 이전과 달리 30조원으로 규모가 불어난다면, 덩치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유동성 지원이 더 절실한 A급 비우량물까지 수혜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는 의견이다.반대 의견도 있다. 펀드 운용사 역시 수익률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만큼 AA급 우량 회사채에 대해 선별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또 회복국면도 신용도가 가장 우량한 국채부터 가시화되기 때문에 우량 기업들을 우선순위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본연의 정책 취지는 '경기 안정'이지 특정 기업 회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량채 중심 한계…A급 유동성난 고려해야
2008년부터 작년까지 세차례 가동한 채안펀드를 살펴보면 효과는 즉각적이고 선명했다. 투입 직후 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고 회사채 수급 훈풍으로 귀결됐다. 수급을 조기에 진정하는 소방수였던 건 분명하다. 증권사 IB는 인수 부담을 덜고, 정책자금 운용사 업적을, 기업은 조달 안정성을 챙기는 윈윈 정책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양면성도 존재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기업은 실종해버렸다. 정작 자금이 절실한 A급 이하 크레딧물은 적시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펀더멘탈이 강조되는 회사채 시장에서 금융불안 속 비우량물들이 쉽게 살아남을 리가 없다.
채안펀드는 AA급 우량채 중심의 지원정책이다. 공모 회사채의 경우 AA- 이상, 여전채의 경우 A+ 이상 채권 위주로 수혜를 본다. 매입 대상 기준을 우량물 위주로 한정시켜둔 건 채권·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채안펀드가 자금을 집행한 기업들은 SK에너지, 포스코에너지, GS, 롯데쇼핑 등 대체로 굴지의 기업들"이라면서 "사실상 조단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난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도 일부 그룹사들만 수혜를 보기 마련이다. 채안펀드가 담을 수 있는 채권에 대한 조건이 제한적이고 대기업 중에선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SK와 롯데 자산 위주로 담게 됐던 것이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불안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자금난이 더 심각한 A급 이하 기업들은 뒷전인 정책이었던 것이다.
◇반대입장 "정부가 모든 자금을 다 지원해줄 필요는 없다"
반대 의견도 제시된다. 펀드 운용사 역시 수익률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만큼 AA급 우량 회사채에 대해 선별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고유 자산이 있다.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굳이 채권을 추가로 매입해서 운용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안펀드 명목으로 무리하게 매입해 수익률 마이너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매수자가 없는 가운데 금리가 크게 뛰면 오버로 발행해야 하는 위기감이 커진다"며 "채안펀드라고 해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우선순위를 두는 게 운용수익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 본연의 정책 취지는 '경기 안정'이다. 채안펀드 가용자금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경기안정에 효과적인 AA 우량 기업들 위주로 지원에 나서는게 공적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채안펀드는 시장을 안정화시키는게 목적이지 특정 기업을 도와주는게 목적이 아니다"며 "A급 기업은 부도가 날 확률이 있는 등급이기에 가급적이면 기피해 리스크를 줄이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크레딧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자금을 다 지원해줄 필요는 없다"며 "초기 정책자금으로 마중물 역할만 해주면 시장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자체적으로 돌아가는 자금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안펀드에 참여하는 은행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은행들은 앞서 채안펀드에 참여하며 회사채 매입대상이 A급까지 확대될 경우 회사채 비중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채안펀드 1년 연장을 결정한 이유가 혹시나 모를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의 성격이 강할 뿐 실질적인 지원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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