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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삼양패키징, 운용사가 '빨간펜' 선생님 자처한 배경은적극적 배당에도 주가 공모가 대비 40% 하락, 노하우 전수 통해 밸류업 도모

정유현 기자공개 2024-01-15 07:17:0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1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광동제약 '옥수수 수염차', 웅진식품 '하늘보리'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음료 시장의 스테디 셀러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보니 이 음료들이 담긴 페트(PET) 병에 'Samyang Asepsys'라는 표기가 눈에 띕니다. 각 기업들은 자체 음료 생산 공장이 있지만 주력 제품은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외부에 맡기는데요. 국내 최대 음료 OEM 제조사 삼양패키징이 그 주인공입니다.

삼양패키징은 2017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삼양그룹에서 네 번째로 상장사의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당시 공모가는 2만60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IPO 당시 신주 모집 없이 전량 구주 매출로 구조를 짠 영향에 사실 수요예측 성적은 저조했었는데요. 4000억원대 몸값을 인정받으며 코스피 문턱을 넘었습니다.

삼양패키징의 주가는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던 2020년 3월 말 1주당 1만1400원까지 내려가며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2021년 9월 30일에는 3만39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이후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우하향하기 시작했습니다. 10일 종가 1만6330원 기준 삼양패키징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37%, 최고점 대비 51% 감소했습니다. 2022년 사업연도에 현금배당성향을 거의 100% 수준으로 올리는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내놨지만 주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밸류 열위는 주요 투자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주가수익비율(PBR)은 지난 1년간 줄곧 1배 이하가 유지됐습니다. 10일 기준 PBR은 0.74입니다. 현 주가가 1주당 순자산 가치에도 못미친다는 의미입니다.

힘이 빠진 주가 상황은 결국 행동주의 펀드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삼양패키징의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타던 2021년 8월 5%이상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등장한 VIP자산운용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도움을 주겠다고 '빨간펜 선생님'을 자처했습니다.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보다는 우호적인 장기투자자로서 함께 성장하자는 무드를 밝힌 건데요. 핵심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중장기적인 주주 환원책을 제시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대화를 시작한 삼양패키징과 VIP자산운용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Industry & Event

삼양패키징은 2014년 11월 삼양사가 페트 용기 및 재활용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며 설립된 곳입니다. 국내 최초로 '무균 충전 시스템(아셉틱)'을 음료 패키징에 도입한 곳입니다.

삼양패키징의 주요 사업은 페트용기 부문과 아셉틱 음료 OEM 부문으로 나뉩니다. 아셉틱 음료 OEM 사업은 2015년 7월 아셉시스글로벌을 흡수합병하면서 커졌는데요. 아셉시스글로벌은 2014년 12월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현 어펄마캐피탈)가 ㈜효성 패키징사업부 영업양수를 통해 출범시킨 회사입니다. 아셉틱 음료 부문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3211억73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96.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양패키징은 아셉틱 음료 OEM 사업에서 선도자 자리를 공고히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섰습니다. 2019년 552억원을 투자해 아셉틱 4호기, 2021년 267억원을 투입해 아셉틱 5호기를 증설했습니다. 6호기에 총 580억원 투자도 결정했습니다. 6개 라인이 풀 가동시 아셉틱 음료 생산량은 연간 18.2억병으로 확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있습니다..

총 430억원 규모 재활용 사업 고도화 투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PET 재활용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삼양에코테크를 설립했습니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석유화학 전문기업 SK지오센트릭과도 손을 잡았는데요.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해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380억원의 투자도 받았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삼양패키징 지분 10.0%를 확보한 주요 주주입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지만 원재료인 PET Resin 가격 상승, 환율 상승, 연료 및 전력단가 등에 따라 실적의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전체 제조비용 중 재료비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3개년 간 수익성도 뒷걸음질 쳤는데요.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523억원, 2021년 461억원, 2022년 237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다행인점은 지난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페트칩 가격의 안정세, 제품 판매 단가의 상승, 재활용사업의 가동률 증가 등으로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23억65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4.94% 증가했습니다. 원재료 가격의 안정화와 신사업 가동 등으로 실적 턴 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VIP자산운용이 주주환원 정책에 관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적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여전히 주가가 힘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됐을 때 특별한 힘을 발휘합니다. 자사주를 사들이며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데 소각까지 하면 주당순이익(EPS)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삼양패키징에 이미 적극적인 배당 정책도 펼쳐봤는데, 효과가 없었으니 자사주 정책을 한 번 제대로 세워보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사업 성장성도 높은 만큼 최소 2~3년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 제시도 요구했습니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중장기 주주환원책은 기본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원활하고 이익이 날 수있는 기업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며 "자본시장에서 쌓아온 VIP자산운용 측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함께 기업가치를 함께 높여보자고 우호적인 투자자로서 제안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Market View

삼양패키징은 유가증권 상장사이지만 증권사의 리포트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에 14건이, 주가가 우상항하던 2021년에는 5건 정도가 나왔습니다. 2022년에는 3건 정도가 나왔는데 2023년에는 KB증권에서만 2건의 리포트가 처리됐습니다. 두 건 모두 성현동 연구원이 작성했습니다.


지난해 2월 KB증권 성현동 연구원은 '최악의 구간은 지났다'라는 제목으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습니다. 목표 주가로 3만2000원을 제시했고 같은 해 3월에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아셉틱 6호기 가동과 주요 원재료 가격의 하향 안정가 진행되고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SK지오센트릭과의 협업도 눈 여겨 보라고 강조했는데요.

VIP자산운용이 삼양패키징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며 밝힌 보유 목적의 내용과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VIP자산운용 측은 "원가 안정 및 판매가 인상으로 23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삼양패키징은 아셉틱 6호기 신규가동과 대규모 투자한 폐PET 재활용설비 상업가동(100% 자회사 삼양에코테크)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확대와 이익 개선 추세가 기대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자본 시장에서는 삼양패키징이 실적 반등뿐 아니라 안정적 성장을 이어나갈 것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Keyman & Comments

삼양패키징의 IR 공식 작성책임자는 홍남중 재무팀장 입니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작성책임자에 재무 담당 임원 이름을 기재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2023년 3분기 말 보고서의 임원 현황을 살펴봤는데 등기임원은 대부분 용기와 아셉틱 담당 등 현장에서 뛰는 영업 담당 임원으로 구성됐습니다.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윤석환 이사가 2015년 최고재무채임자(CFO)를 역임한 기록 외에는 보고서 상에는 재무 관련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삼양패키징 IR 대표 번호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담당자 부재로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측에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삼양패키징 담당자와의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삼양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재무, 홍보 등의 스텝 조직 역할은 삼양홀딩스가 담당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는 삼양홀딩스의 재무 임원이 그룹의 전체 안살림을 담당한다는 의미인데요. 지난 1월 초 삼양그룹은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과 재무 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전략총괄을 신설하고 김건호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재경기획PU도 신설했습니다. 김건호 사장이 그룹 전반의 성장과 재무 전략을 총괄하는 것입니다.


김 사장과의 직접 통화가 어려워 삼양홀딩스 홍보팀에 문의를 넣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적극적인 배당 정책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으나 주가가 따라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VIP자산운용의 주주 제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삼양홀딩스 측은 "적극적 배당에도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VIP자산운용의 제안을 포함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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