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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그리는 중동의 붐]사우디법인 설립 임박, 채선주 리더십 주목①작년 10월 1억달러 규모 계약…아랍 공략 가시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02 09:37:14

[편집자주]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700조원 내외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 의지를 가진 국내 IT기업으로 국한해보면 네이버가 가장 적극적이다.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로 구성된 '팀 네이버'가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네이버를 넘어 한국 IT업계의 '중동의 붐'이 실현될 전망이다. 네이버 사우디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공략에 속도를 낸다. 연초부터 네이버 주요 경영진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가 열리는 미국 대신 사우디로 향했다. 지난해 빅딜을 체결한 데 이어 추가적인 수주를 따내기 위한 차원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사내이사)의 역할이 부각됐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의 국빈 및 관료와 마주하면서 이번 성과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 사우디법인을 세울 예정인데 채 대표가 해당 법인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업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

◇700조 프로젝트 '네옴시티', 네이버 어떻게 합류했나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미래형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규모로 오는 2030년까지 거주 인구 100만명, 장기적으로 1000만명을 수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총 7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핵심은 디지털 인프라다. 로봇이 물류와 보안,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등 도시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것이 골자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이 출사표를 냈다. 이중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을 내세우면서 이목을 끌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세계를 현실에서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건물 내부부터 도시 전체까지 데이터화해 정밀한 공간 정보를 구축케 한다. 네이버는 자체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 형태의 디지털 트윈으로 외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 내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문제점 파악 및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등과 '팀 네이버'를 결성해 관련 분야 연구개발(R&D)을 진행해왔다. 이들의 △AI △클라우드 △5세대(5G) 통신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곳이 네이버 제2사옥 '1784'다.

2017년부터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돌입한 사우디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불리는 1784를 주목했다. 2022년 11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이 첫 방문한 이래 주요 인사가 수차례 1784를 찾았다.

1784는 2023년 10월 사우디 자치행정부로부터 1억달러(약 135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근간이 됐다. 이번 계약으로 네이버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사우디는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해당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다.

추가적인 사업 기회도 엿보인다. 1784에 미국 무부 차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왕세자, AI 석학 앤드류 응, 미주개발은행(IDB) 총재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점을 봤을 때다.

네이버 관계자는 "1차 중동의 붐을 통해 '건물'과 '도시'를 지었다면 2차 중동의 붐에서는 '데이터'와 'IT기술'로 가상 세계에 현실과 동일한 도시를 짓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의 붐은 1970년대 한국 기업이 사우디 고속도로 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여러 국민들이 현지에서 돈을 벌어온 현상을 일컫는다.

네이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 간 협약식에 참석한 채선주 대표(왼쪽)

◇의사소통 전문가 채선주, 네이버에서만 24년

1784와 함께 수주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대상은 채 대표다. 그는 수차례 중동행 비행기에 오르고 1784를 방문한 주요 인사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왔다. 특히 1784를 로봇 친화건물이라는 테마로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네이버 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추진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면서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월에는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등과 사우디를 찾아 고위 관계자와 면담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성과로 이르면 1분기 마련될 사우디법인장도 겸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해당 법인을 맡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 대표는 네이버의 산증인이다. 1999년 창업한 네이버에 2000년 합류해 20년 넘게 근무 중이다. 주로 홍보실, 커뮤니케이션그룹에서 몸 담으면서 회사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해왔다. 2022년부터는 대외·ESG 정책 대표를 맡아 외부 협력을 이끌어내고 ESG 정책 결정하고 있다. 사우디발 기술수출도 그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계약을 시작으로 중동에서 네이버 기술을 도입하려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협력도 기대된다.

채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만들어보겠다"면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의 중동 수출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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