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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큰 산 넘은 건설채, 셈법 복잡해진 증권사현대건설 공모채, 예상 넘는 모집규모…소극적 영업 스탠스, 하나둘씩 전향 채비

양정우 기자공개 2024-01-25 07:04:0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채 가늠자로 여겨지는 현대건설의 회사채가 발행에 성공하자 증권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간 건설채 내지 비우량채의 주관 경쟁에 소극적이었던 스탠스에 변화가 감지된다.

뜻밖의 뭉칫돈이 몰린 건 태영건설발 공포보다 금리 메리트에 더 무게를 실은 투자자가 많다는 게 입증된 대목이다. 위기의 기로에 놓인 이슈어는 여전히 발행이 쉽지 않겠으나 미매각 부담에 스케줄을 미룬 발행사는 관망 모드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 비우량채 건설사를 상대로 구조화 상품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행 니즈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대건설, 대형사는 위상 건재 입증…미매각 우려에 기피했던 입장 선회

현대건설은 전일 총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4배를 넘긴 6850억원의 투자 수요를 모았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첫 발행이어서 긴장이 고조됐으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이번 발행에 주관 내지 인수에 관여한 증권사는 총 9곳에 달한다. 주관사단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이 선정됐고 인수단으로는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이 합류했다. 현대건설이 발행 완주에 사력을 다한 것이다. 발행 당사자뿐 아니라 건설채 대표로서 상징성을 갖기에 시장 참여자가 모두 결과에 주목했던 딜이다.

회사채 발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자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는 반색하고 있다. 근래 들어 증권업계는 건설사나 비우량 이슈어(A급 이하)의 회사채 발행에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내심 주관사 지위를 기피해왔다. 미매각시 미매각분을 떠안아야 하고 위기시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간 쌓아온 관계를 감안해 아예 등을 돌릴 수는 없었으나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영업에 소홀한 하우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건설 섹터 선두 기업으로서 건재한 위상을 드러내면서 증권업계에도 스탠스를 조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태영건설 사태로 발행 스케줄을 잠시 연기한 AA급 이상 우량 이슈어가 본격적 발행 릴레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발행사를 상대로 다시 공격적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연내 채권 만기를 도래하는 건설사나 비우량 발행에도 전향적으로 다가설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가 내달 초 회사채를 발행하는 가운데 대우건설, DL건설 등 대형사의 채권 만기도 연내 대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건설의 3·5년물은 오버 발행이 유력한 탓에 단기물 중심의 발행 구조로 접근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건설사 중에서는 최선호 기업이지만 그래도 업종 한계 탓에 발행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이제 대형사는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게 입증됐기에 올해 발행을 준비했던 이슈어마다 태핑 문의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호적 조건으로 적극적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마다 선제적 자금 확충 사력…태영건설발 여진 '글쎄', 기회 찾는 증권사

올들어 건설사마다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신세계건설은 20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연결 자회사 신세계I&C가 600억원을 매입하고 나머지 1400억원은 KDB산업은행이 지원할 방침이다.

다른 건설업체도 자금 확충에 힘을 쏟는 가운데 몇몇 증권사가 구원투수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비우량 등급을 가진 건설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자 구조화 상품을 설계해 지원에 나서려는 대형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아직까지는 금융위기급 쇼크로 확대될 여지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브릿지론의 위기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구나 현대건설이 성공리에 시장성 조달을 매듭지으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 내지 접점 강화의 기회로 여길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던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롯데그룹과 함께 조성한 부동산 PF 관련 펀드로 14개월만에 1000억원에 가까운 이자 수익을 남길 전망이다. 당시 연 12%(수수료 포함) 금리가 보장됐는데 메리츠금융측 대출분(9000억원)은 상환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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