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테크를 움직이는 사람들]11번가 김지승, 기술회사로 변혁 이끄는 '선봉장'②개발 중심 문화 확립, 'AP/DP' 도입해 가격 경쟁력 우위
변세영 기자공개 2024-01-29 09:34:46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연평균 20%대 성장률을 기록했던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성장률이 10%대로 떨어지며 옥석 고르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 같은 풍랑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 경험 혁신을 내걸며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이커머스를 지탱하는 힘은 단연 '테크'다. 소비자가 무엇을 구경하는지, 어떤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지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게 됐다. 더벨은 이커머스의 ‘테크’를 책임지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면면을 들여다보고 업체별 경쟁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는 2008년 2월에 출범한 오픈마켓 이커머스다. 11번가가 첫선을 보일 당시 이미 오픈마켓 시장은 지마켓과 옥션이 양분하고 있는 형태였다. 다소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악조건 속에서도 11번가는 스마트폰 보급에 발맞춰 편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환경을 구현하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지난해 국내 종합몰 이커머스 월간이용자수(MAU)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쿠팡, 2위는 11번가로 상위권 랭크가 굳건하다. 11번가의 발전 히스토리에는 서비스 초기부터 함께한 김지승 CTO(최고기술책임자)의 노력이 묻어나 있다.
◇뼛속부터 IT 전문가, 네이버 태동·성장에 기여
김지승 CTO는 숭실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정보검색 석박사를 거쳤다. 명실상부 뼛속부터 IT 전문학도다. 사회생활은 네이버에서 시작했다. 2001년 네이버에 입사해 16년간 DB검색연구실에서 근무했다. 2000년대 초반 소위 네이버의 태동기부터 함께해 국내 최대 검색 포털 제왕으로 성장하는 데 상당 부분 일조한 셈이다.
김 CTO가 11번가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SK플래닛으로 합류하면서부터다. 당시 SK플래닛이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11번가를 운영하던 법인인 자회사 커머스플래닛과 합병하면서 SK플래닛 산하 서비스가 된 시점이다. SK플래닛에서 11번가의 검색·추천 등 커머스 플랫폼의 필수 기술개발을 총괄했다.
이후 2018년 11번가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한다. 김 CTO는 신규 법인 출범부터 기술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이 같은 성과를 엿볼 수 있는 게 테크 컨퍼런스다. 11번가는 기술 업무와 성과를 소개하는 온라인 테크 컨퍼런스를 2022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김 CTO는 매년 기조연설을 통해 기술성과와 '개발 중심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술 투자를 중요시하는 만큼 김 CTO도 11번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부터는 기술관련 싱글스레드(ST)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ST는 리더에게 겸임 없이 하나의 목표 달성을 전담하게 하는 조직 구조다. 올해 11번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ST는 5개로 이중 기술과 관련한 ST는 1개다. 해당 ST는 김 CTO 산하에 배치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AI ST는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서비스 전방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무의 자동화·효율화가 필요한 부분에 LLM을 녹여내는 작업이다. 가령 고객센터의 고객응대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이 그 예시다.
◇‘AP/DP 도입’ 가격 경쟁력 확보, 카탈로그 작업 확대
이커머스의 핵심 경쟁력 3대 축은 △상품 △가격 △검색이다. 3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발전해야만 고객이 편리함과 유용함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김 CTO는 탐색이 용이하도록 상품정보를 구조화(검색)하고, 동일상품 중 최저가(가격)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탑재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카탈로그를 활성화다. 고객의 상품 탐색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선결된 작업이 단일상품등록이다. 11번가는 셀러를 대상으로 단일상품등록 트렌드가 정착되도록 유도했다. 통상 이커머스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옵션상품 구조는 셀러가 상품 등록 시 서로 다른 이종의 상품들을 옵션 형태로 등록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옵션으로 등록된 상품들은 검색이 되지도 않고 상품의 가격비교도 어려웠다.
단일상품등록 작업을 진행한 후 카탈로그 매칭을 본격화했다. 김 CTO 주도로 11번가는 사진, 키워드, 카테고리 정보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상품을 묶는 ‘카탈로그 자동 매칭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상품 옵션별로 70% 이상 알고리즘을 통해 카탈로그화에 성공했다. 동일 상품이 카탈로그로 묶이면 어떤 상품이 최저가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가격 책정 작업에도 힘을 줬다. 오픈마켓에는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서로 다른 여러 셀러가 있어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려면 경쟁사들의 최저가 상시 모니터링은 필수다. 이를 위해 김 CTO는 최저가 판매를 겨냥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켰다. 셀러가 판매가 범위를 정하면 11번가가 내외부채널 가격 상시비교를 통해 적정한 판매가격으로 설정해 주는 가격 자동화(Automate Pricing, AP)를 도입했다.
동시에 11번가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할인율을 책정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DP) 작업을 연계해 효율까지 높였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가격은 셀러가 책정한 본가격에 이커머스가 쿠폰 등 판촉지원이 얹어진 값이다. 상품 가격 시세를 추적해 11번가가 제공하는 할인율을 조정해 판촉비 집행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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