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IPO]데카콘 넘어 20조?…"영업용 시나리오" 한 목소리IB 업계 주관 경쟁시 '밸류 인플레이션'…SK그룹 사례, 오버액션 경고 조치도
양정우 기자공개 2024-01-26 13:58:2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플랫폼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업공개(IPO)의 닻을 올리면서 상장 밸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넘어 데카콘(10조원 이상)에 근접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이다.다만 상장주관사 콘테스트에서 제시된 15조~20조원의 몸값은 어디까지나 영업 용도로 제시된 액수라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각축전이 벌어질 때는 후보군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해 오너와 경영진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증권업계의 오랜 전략이다.
◇증권사 PT 제안서 최고 20조원대…실제 IPO 스타트 몸값 '글쎄'
IB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상장주관사 후보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PT) 절차를 마친 뒤 최종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내 상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지만 주관사단을 조기에 확정지을 방침이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상장 밸류에 맞춰진 상태다. 성장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 다수를 확보한 데다 비상장시장에서도 주식이 거래되는 종목이다. 여기에 데카콘급으로 거론되는 몇 안되는 국내 스타트업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토스의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발단은 증권업계가 PT를 앞두고 제출한 주관사 입찰제안서인 것으로 관측된다. 할인(통상적 할인율 20~30%) 전 기업가치로 높게는 20조원 대를 써낸 것으로 파악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최일선에 위치한 증권사에서 객관적으로 진단한 기업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안서상 수치는 어디까지나 주관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에서 설정된 오버액션이라는 게 IB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적정시가총액을 유독 높게 제시하는 주관사 제안서는 상장 파트너를 선택하는 입장에서 호감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오너의 자산규모(지분가치)와 공모 조달규모를 확정짓는 게 상장 밸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IB업계에서는 상장주관사 콘테스트 과정에서 '밸류 인플레'를 늘상 발생하는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더구나 토스는 오랜 기간 IPO 빅딜로 여겨진 기업이어서 증권사마다 사전 영업을 벌인 스타트업이다. 하우스마다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과 중장기 성장 플랜을 확보하고 있어 입찰제안서상 차별화를 시키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결국 너도나도 일단 가격을 높여 쓰는 분위기가 조성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밸류 인플레' 전략 허울 무게…비바리퍼블리카 최종 결정 '초미 관심사'
그러나 치열한 각축전에서 상장 밸류를 한껏 높이는 전략은 실속이 없는 빈말에 불과할 수 있다. 주관사 제안서상 적정시가총액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IPO 몸값은 시장의 눈높이로 수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상장 몸값을 압도적으로 높게 책정한 증권사가 대표 주관 자리를 꿰차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상장예비기업도 IPO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무조건 상장 밸류를 높이는 전략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상장 밸류가 두드러지게 높은 제안서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은 IPO 플랜을 선택하는 기업도 많은 셈이다.
워낙 많은 계열 IPO를 소화한 SK그룹의 경우 국내 IB업계의 생리를 꿰뚫고 있다. 이 덕에 특정 계열사가 상장에 나설 때 주관사 후보군을 상대로 과도한 상장 밸류의 제시가 감점 사안이라고 고지하기도 했다. 'SK' 이름 아래에서는 더이상 공모시장에서 외면받는 딜을 내놓지 않는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가장 성공한 핀테크이면서도 여전히 고속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14조원 수준"이라며 "물론 비바리퍼블리카가 원플랫폼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토스뱅크뿐 아니라 증권 등 다른 계열을 갖고 있지만 현재 펀더멘털 격차는 카뱅 1곳과 비교해도 훨씬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중장기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너무 부풀려진 몸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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