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VC 로드맵] 황유선 HB인베 대표 “상장 후에도 '몸집'보다 '내실' 추구”펀딩 투자 회수 사이클 최적화…"높은 수익성 지키며 AUM 늘려갈 것"
최윤신 기자공개 2024-01-25 08:07:34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VC)인 HB인베스트먼트는 연초 ‘코스닥 상장’이란 큰 변화를 맞았다. 오는 25일이면 20번째 상장 VC에 등극하게 된다. 앞서 진행한 공모는 상당한 흥행을 거두며 성공적인 증시 입성만 남겨둔 상태다.HB인베스트먼트는 IPO 과정에서 ‘톱티어 VC’를 키워드로 꼽았다. 실제 IPO를 통해 모은 자금은 장기적으로 AUM을 늘리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IPO 직후 AUM을 공격적으로 늘리진 않을 방침이다. 독보적인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며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최근 더벨과 만난 황유선 H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상장을 했다고 해서 투자와 경영의 방향성이 달라질 건 없다”며 “그간 해왔던 대로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안정성·수익성
연초 진행된 HB인베스트먼트의 공모는 뜨거웠다. 수요예측에선 제시했던 공모가격 밴드를 훌쩍 상회하는 가격이 결정됐고, 청약에는 2조5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그간 국내 VC 상장 과정에서 공모 열기가 이정도로 뜨거웠던 사례는 전무했다.
물론 연초 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영향이 컸다. 하지만 HB인베스트먼트의 독보적인 안정성과 수익성이 아니었다면 이정도의 흥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황유선 H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IR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의 부침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며 “유력한 공모주 전문 기관투자자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확약까지 설정하며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절대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 HB인베스트먼트는 긴 업력에 비례하는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의 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운용성과를 내는 곳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있다.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으로 6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과 50% 수준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 1~3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이 61.73%이며, 순이익률은 49.61%다.
HB인베스트먼트만의 투자 방향성이 이런 안정적인 펀더멘털을 만들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HB인베스트먼트는 클럽딜을 지양하고 명확한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투자한다. 특히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돈을 버는 회사에만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은 적자를 내더라도 단기간 내에 실현가능한 수익 플랜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찾는다.
황 대표는 자신을 ‘숫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인터뷰 내내 엑셀파일을 들여다 보며 정확한 숫자를 이야기했다. 그의 컴퓨터엔 투자한 모든 포트폴리오가 빼곡이 정리돼 있었다. 그는 “뜬구름 잡는 꿈을 꾸기보다는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며 “자기 회사가 어떤지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구체적인 재무계획과 플랜을 이야기하는 대표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도 안정성의 비결이다. 별도의 기업 부실방지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은행 거래 등에서 작은 위험이라도 감지되면 알림이 울린다. 그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리스크를 감지하는 경우가 많아 담당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국내 VC업계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아마 HB인베스트먼트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에도 이런 투자 방향성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상장사라면 주주가치를 고려해 더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히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내년 1500억원 규모 펀드레이징 계획
HB인베스트먼트는 IPO 과정에서 ‘톱티어 VC’로 성장하겠다고 누누이 밝혔다. 이를 고려할 때 시장에선 AUM 규모를 급격히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속도’에 차이가 있었다.
그는 “투자의 효율성과 엑시트의 안정성, 최적화된 조직운영 등에서 HB인베스트먼트는 이미 톱티어라고 생각한다”며 “객관적인 기준에서 톱티어로 자리매김 하려면 AUM을 1조원 이상으로 키워나가야 할텐데,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에서 차근차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공모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펀드레이징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번 IPO에서 모은 공모자금 227억원은 전량 향후 조성하는 펀드의 GP출자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예정보다 많은 금액이 나왔지만 펀드레이징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 1500억원 가량을 결성하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올해 3월을 목표로 2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는데, 자금이 잘 모이고 있다”며 “올해 총 3~4개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 인력 확충 등에도 보수적인 기조로 접근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현재 임직원 수를 고려할 때, 인당 매출과 이익이 극대화 된 상태로 회사가 굉장히 최적화 돼 돌아가고 있다”며 “상장에 따라 추가되는 업무를 수행할 백오피스의 인력 충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심사역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회사의 성향에 잘 맞는 인재를 선별해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등 신규 비즈니스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특성 상 관리가 어려운 해외 기업에 섣불리 투자하진 않을 생각이다. 그는 “현재의 하우스 규모에선 해외 투자에 에너지를 쏟기 쉽지 않다"며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단계 포트폴리오 10곳 넘어 “회수 집중”
황 대표는 올해 VC 시장이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럼에도 HB인베스트먼트 만큼은 시장의 사이클과는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증시 입성에 성공했거나 상장 단계에 접어든 포트폴리오가 10곳 이상”이라며 “올해는 회수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는 VC 최초로 투자한 밀리의서재 대규모 엑시트를 공시하며 업계의 이목을 모았다. HB인베스트먼트는 밀리의서재 지분 10.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22일 블록딜을 통해 절반가량을 팔았다. 41만주의 처분 금액은 126억원으로 취득가격 대비 멀티플이 7배에 달한다. 밀리의서재 포트폴리오에서만 350억원 가량의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투자기조는 이전과 달라질 게 없다. ‘VC 투자의 정석’이라고 여겨지는 HB인베스트먼트의 스타일을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심사역도, 스타트업도 높은 이상을 갖는 건 좋지만 두 발 만큼은 땅에 닿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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