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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ELS 원천 봉쇄 가능성에 '전전긍긍' 4년 전 철회된 '판매 금지' 카드 나올까…셧다운시 자산관리 비즈니스 '치명타'

최필우 기자공개 2024-01-26 09:16:05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에 대한 사후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 채널을 통한 ELS 판매가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4년 전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특정금전신탁에 ELS 편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ELS 판매 금지 조치에 은행연합회를 필두로 은행권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판매잔고를 제한하는 수준으로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올 상반기에만 홍콩H ELS에서 수조원대 손실이 예고되면서 ELS 판매를 지속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은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ELS 판매가 중단될 시 자산관리 비즈니스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 당국, 증권 아닌 은행 판매채널 정조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CEO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에 대한 당부가 주를 이뤘다. 당초 이 원장은 홍콩H ELS 사태에 대해서도 논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음 기회에 언급하겠다는 입장만을 남겼다.

이 원장이 ELS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을 두고 은행권에 대규모 손실 사태 책임을 집중적으로 물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품이지만 은행에서 판매된 비중이 더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 ELS 판매 잔고는 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이 상품보다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 사후 대책도 판매사 중심으로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은 ELS 판매에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했다. 고객이 ELS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ELS는 ELT(주가연계신탁)로도 불린다. 금융 당국의 제도 개선은 이 특정금전신탁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말 DLF 불완전판매 후속 대책도 특정금전신탁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논의 초반 금융 당국은 파생상품을 비롯한 고난도 금융상품을 특정금전신탁 편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LS도 고난도 금융상품 범주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판매 금지 대책은 은행권의 반발로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수조원 규모로 판매되는 ELS를 금지하면 은행의 비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백억원의 수익을 지켜낸 결과 수조원에 달하는 고객 손실이 발생하면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LS 금지하면 은행 자산관리 기반 '흔들'

은행권은 ELS 관련 제도 개선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손실이 확정됐거나 예정된 고객 응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ELS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ELS는 은행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업권 분리주의가 심한 국내 금융권 사정을 고려할 때 은행 고객의 목표 수익률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은행권은 포트폴리오 중심 영업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번에 ELS 손실이 수조원 규모로 커진 건 예적금으로 방치된 고객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ELS를 자산배분의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하는 관행이 자리잡으면 상품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리스크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과 관련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당장은 고객 응대에 집중하고 금융 당국의 방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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