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서울옥션 vs 케이옥션]화랑가 이호재·박명자 회장의 씨앗, 2차 시장으로 개화[태동]①'가나화랑·현대화랑' 네트워크에 금융 접목, '가족경영'식 가업 확장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01 07:44:5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점유율을 양분해 온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1세대들의 화랑 비즈니스를 필두로 옥션까지 가업을 확장해왔다. 가족경영의 형태로 국내 미술 1차시장인 갤러리업계와 2차시장인 경매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해온 두 곳이다. 서울옥션에 가나화랑의 이호재 회장(70)이 있다면 케이옥션 뒤에는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80)이 있다.이 회장은 지난 40여년간 국내 미술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종횡무진한 인물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술 비전공자였던 그는 갤러리스트의 꿈을 품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83년 이 회장은 신생 화랑인 가나화랑(현 가나아트갤러리의 전신)을 만들었고 현재 가나아트센터는 국내 5대 상업갤러리로 안착했다.
박 회장은 갤러리현대의 창업주이며 한국 상업 화랑계의 역사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 회장은 1961년 반도화랑에서 일하다 1970년 인사동에 현대화랑을 직접 만들었다. 당시 박수근, 이중섭 작가를 시장에 소개한 것도 박 회장이었으며 1세대 추상화가 김환기 작가의 전시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술품 경매는 국내 미술시장의 오랜 숙원이었다. 예술의 영역 내에서 갇혀있던 미술품이 '시장'에 나와 매매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거래의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했다.
서울옥션은 국내 미술품 경매의 첫 주자다. 서울옥션의 설립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술품 경매 시장이 열렸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1998년 종로구 평창동에서 자본금 10억원을 들여 서울경매를 설립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옥션의 운영은 수월하지 않았다. 미술 경매란 제도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는 미술시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업 구조조정, 소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미술시장에도 불황이 찾아왔다.
꾸준히 어어간 미술품 경매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다. 투명화 인식이 확산되며 미술시장이 호황 국면에 진입했고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작품들도 다양화돼갔다. 아트 펀드 조성 등 금융자본이 미술시장에 유입된 것도 이때다. 2006년 서울옥션이 100회째 경매를 맞이했고 엄선한 100점의 총 낙찰금액이 처음 100억원대에 처음 진입했다.
서울옥션은 회사설립 10년만인 2008년 미술 사업체 최초로 상장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혹은 단독 대표로 경영 전면에서 사업을 지휘해왔다. 2014년 이 회장은 옥션 대표직을 가나아트갤러리 경영을 맡아온 여동생 이옥경 대표(63)에게 넘겼으며 현재까지 서울옥션은 이옥경 대표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경매 시장이 개화기로 나아가던 때 후발로 등장한 곳이 케이옥션이다. 케이옥션은 갤러리현대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으며 서울옥션과 달리 설립때부터 화랑가 2세를 사업의 중심에 세웠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처음부터 옥션사업 자체를 갤러리사업과 구분해 2세의 사업무대로 가르마를 탔다.
케이옥션은 2005년 박명자 회장의 장남인 도현순 현 케이옥션 대표(57)를 중심으로 하나은행 등 투자자가 30억원의 자본금을 모아 설립됐다. 초기 도현순 대표를 비롯해 도 대표의 부친, 자녀들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박명자 회장 지분은 없었다. 하나은행은 2014년 지분을 유로통상에 모두 넘겼다.
서울옥션의 경우 오너 이호재 회장이 직접 대표로서 지휘봉을 잡았다면 케이옥션은 초기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케이스다. 김순응 전 서울옥션 대표를 초대 대표로 영입했으며 옥션 사업을 빠르게 궤도 위에 올렸다. 도현순 대표는 창업 때부터 참여해왔으나 케이옥션 경영의 전면에 나선 건 회사 설립 후 약 13년 만인 2018년이다.
도 대표의 백그라운드 역시 미술 계통이 아니다. 박명자 회장의 남편이자 도 대표의 부친은 도진규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보로 알려졌다. 도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부친을 따라 한국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리먼브러더스 홍콩, 페레그린증권 홍콩, 맥킨지 서울을 거쳐 2011년 케이옥션으로 이동했다.
◇화랑 기반 판화제작판매 조각투자플랫폼 등 계열사 확장
양대 옥션사 모두 모태가 된 상업갤러리를 기반으로 경매 2차시장에서 나아가 판화제작판매업체, 조각투자업체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파생된 사업체를 늘려가고 있다. 핵심 계열사의 경우 2세, 3세 등 자녀들이 경영을 맡아 가업을 키워카가는 가족경영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현재 이호재 회장의 장, 차남 역시 주요계열사들에서 경영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장 장남 이정용 대표(46)는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를 맡고 있다. 차남 이정봉 대표(44)는 조각투자 플랫폼 회사 서울옥션블루의 대표를 맡아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서울옥션 IT총괄 부사장직도 겸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이정봉 대표가 경매사업을, 이정용 대표는 갤러리사업을 경영해가는 것으로 향후 경영 승계의 방향을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정봉 대표는 뉴욕대에서 아트경영을 전공하고 가나아트 뉴욕에서 근무했으며 아트펀드 홍콩 투자고문을 거쳤다. 현재 서울옥션블루의 NFT 관계사 엑스바이블루 대표도 겸하고있다.
케이옥션의 경우 관계사인 갤러리현대 경영을 도현순 대표의 동생 도형태 대표(55)가 맡고있다. 도현순 대표의 자녀인 도영준, 도영진씨는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해외에서 공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 대표의 자녀들은 케이옥션 최대주주인 티에스어드바이저의 모회사 티에이파트너 지분을 49%씩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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