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옥션의 2024년 마수걸이 경매가 흥행했다. 출품이 취소된 작품을 제외하면 근현대 미술품 58점, 한국화와 고미술 작품 30점이 경매에 나왔고 총 낙찰률은 2023년도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고미술품이 흥행했다. 경합에 불이 붙으면서 추정가의 최고치를 웃도는 수준에서 작품 가격이 책정된 사례가 여럿 나왔다.

그러나 미술품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최고가 작품이 최종 출품되지 않은 데다 당초 흥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가의 미술품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낙찰 총액도 당초 예상했던 규모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낙찰률 80% 육박, 고미술품 중심 흥행

25일 케이옥션의 1월 메이저 경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낙찰률이 77%인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옥션은 2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의 케이옥션 본사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경매를 진행했다.

예정됐던 93점의 미술품 가운데 최종 출품된 미술품은 약 88점이다. 이 가운데 근현대 미술품은 16개, 한국화 및 고미술 작품은 4개가 유찰됐다. 이에 따라 근현대 미술품 낙찰률은 72%, 한국화 및 고미술 작품 낙찰률은 87%를 기록했다.

양호한 성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연말 결산에 따르면 경매 낙찰률 평균은 51.2%다. 이 가운데 케이옥션의 낙찰률은 40%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케이옥션이 지난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낙찰률을 기록한 셈이 된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경합이 많다는 것은 고객 영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고미술 작품의 시작가가 합리적으로 형성되면서 경매가 흥행했다”고 말했다.


◇쇠귀 신영복의 <화(和)> 최고가 기록…총 4작품이 추정가 최고치 웃돌아

고미술품 가운데 가장 흥행한 작품은 LOT 111, 쇠귀 신영복의 작품 <화(和)>다. 최종 낙찰가 1300만원을 기록했다. 시작가 170만원에 추정가 최고치는 300만원이지만 이를 한참 웃도는 선에서 최종 가격이 정해졌다. 서면은 물론 전화와 현장에서 치열하게 경합이 붙으면서 가파르게 값이 치솟았다.


쇠귀 신영복은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서 자란 작가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대전교도소에서 남파공작원 출신 한학자 노촌 이구영과 4년 동안 한 방을 쓰면서 한학과 서예를 익혔다. 이후 감옥에서 자신만의 서체를 완성했다.

LOT 125의 <분청사기철화초화문병>도 추정가가 500만~1200만원이지만 최종 1250만원에 낙찰됐다. LOT 124의 <청자상감운학문유병>은 추정가 300만~600만원에 최종가 1000만원, <분청사기철화초화문병>는 추정가 150만~300만원에 최종가 320만원을 기록했다.

<청자상감운학문유병>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분청사기철화초화문병>과 <분청사기철화초화문병>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이배 <붓질> 경합 치열, 리차드 페티본 작품 최고가 기록

근현대 작품 가운데 가장 치열하게 경합이 붙은 작품은 LOT 2, 이배의 <붓질>이다. 이배의 작품은 추정가가 800만~1800만원이지만 최종 2000만원에 낙찰됐다. 전화로 경합을 진행한 끝에 가격이 정해졌다. 작품은 2020년도, 종이에 숯으로 제작됐다.


‘숯의 작가’라 불리는 이배는 1989년 파리로 떠났는데 향토적 소재인 숯에 매료됐다. 90년대 초반부터 30여년 간 파리에서 활동하며 한국작가라는 점을 무엇으로 표현할지 고민한 끝에 숯을 재료로 선택했다. 당시 이배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최고가에 낙찰된 작품은 LOT 49, 리차드 페티본이 2011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앤디워홀이 1965년에 만든 대표작 '플라워즈' 시리즈를 차용해 16개의 배열판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시작가가 3억원이었는데 3억원에 낙찰됐다.

이밖에 김종학 화백의 작품도 모두 낙찰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1월 경매에는 김종학 화백이 그린 설악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꺼번에 출품돼 시선을 받았는데 네 작품 모두 주인을 찾았다. 다만 작품을 구입한 인물은 저마다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작품 4점은 추정가의 최고치에 근접한 가격에서 낙찰됐다.

◇최고가 작품 줄줄이 유찰, 낙찰총액 축소

다만 1월 메이저 경매에서 추정가가 가장 높았던 작품은 출품되지 않거나 유찰됐다. 추정가가 24억~50억원에 이르렀던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은 위탁자의 결정으로 최종 출품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구입의사를 표현한 인물이 있어 당사자와 구매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작품 가운데 추정가가 가장 높았던 김창열의 <온고지신>, 해외 작품 중에서 가장 고가였던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Untitled)>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창열의 <온고지신>은 추정가가 6억~10억원,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는 3억9000만~8억원으로 추정됐는데 둘다 워낙 고가의 작품이라서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내뻗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찰된 작품 명단에는 수천만원을 넘나드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 3점과 1억원을 웃도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1월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의 낙찰총액이 23억원인 배경이다. 당초 케이옥션이 1월 메이저 경매 규모가 최저가 기준으로 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작품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낙찰률에 비해 낙찰총액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김창열의 <온고지신>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 등 세 작품만 합쳐도 최저가 기준 합계만 따져도 34억원에 이른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작품이 좋아도 시장상황이 워낙 나쁘다보니 고가의 작품을 판매하기가 녹록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