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VC 로드맵]황만순 한투파 대표 "역대급 8000억 규모 펀딩 계획"전년대비 공격적 투자 포부, "VC 5000억·PEF 1200억·미 법인 M&A 펀드 준비 중"
구혜린 기자공개 2024-02-01 08:32:24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의 1위', '구관이 명관'. 한국투자파트너스 앞에 붙는 주요 수식어다. 지난해 벤처투자업계가 일제히 한계령을 넘었음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투자 및 회수 규모 기준 변함없이 1위를 지켰다. 올해는 벤처투자업계 호황기 시절에 맞먹는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동시에 8000억원의 실탄을 모은단 계획이다. AUM(벤처조합 기준, PE부문 제외) 기준 VC업계 1위 한국투자파트너스다운 각오다.최근 미래에셋그룹 등이 해외 바이오사 투자를 늘리며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전략이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황만순 대표 주도로 2015년부터 미국 바이오사 포트폴리오를 늘려왔다. 올해도 좋은 바이오텍에 투자를 단행한단 계획이다.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시장 진단을 눈여겨 볼 만하다.
◇'5000억대 투자' 기조 맞춰 실탄 쌓는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최근 더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24년에는 프라이빗에쿼티(PE) 본부를 포함해 대략 8000억원 규모의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1위사다. '2023년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기준 벤처펀드 투자 규모(2834억원) 업계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회수 면에서도 벤처펀드와 사모투자펀드(PEF)를 포함해 4199억원을 기록하며 2위인 IMM인베스트먼트(3217억원)를 너끈하게 따돌렸다.
다만 투자 규모에 대해서 그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지난해 VC와 PEF, 고유계정을 포함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전체 투자 규모(3400억원)는 2022년(4450억원), 2021년(5947억원), 2020년(5115억원) 대비로는 줄어들었다. VC 업계 전체 투자 규모가 2022년 6조5000억원대에서 2023년 5조원대로 크게 줄어든 것과 동일한 흐름이다.
올해는 지난 2020년 수준으로 국내외 기업에 투자금을 집행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투자는 여전히 국내 1위의 벤처투자를 진행했음에도 아쉬움이 있다"며 "저조한 클럽 딜 및 경기 불황 등의 여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4년에는 5000억원 수준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기조에 맞는 드라이파우더를 유지하기 위해 펀딩에도 힘쓴단 복안이다. 한국벤처투자의 드라이파우더는 지난해 말 기준 5865억원 규모로 남아 있다. 올해 5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2025년을 위해 실탄을 모은단 계획이다. PE본부의 경우 1200억원 규모 PEF 결성을 앞두고 있으며 VC본부도 초대형 사이즈의 펀드를 만들기 위해 펀드레이징에 한창이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2023년의 경우 싱가포르 법인의 역외펀드(769억원)와 기존 펀드의 멀티클로징을 포함해 1300억원 펀딩에 그쳤다. 황 대표는 "우리의 펀딩 기조는 투자 규모에 맞춰 일정 수준의 드라이파우더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벤처본부에서도 5000억원 이상의 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고 신규로 프로젝트 펀드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국 법인에선 1200억원 규모 인수합병(M&A) 전문 펀드가 탄생할 예정이다. 황만순 대표는 "미국 법인은 2023년부터 미국 내 주요 VC의 펀드에 대한 출자를 기반으로 영업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자체적인 미국 내 펀드 결성은 2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며 전체 규모는 1200억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인턴십을 제외하고도 6명의 상시 인력이 발굴, 투자, 사후관리, 회수 단계에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회수시장이 코스닥에 집중된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M&A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미국 내 투자를 기본적으로 M&A를 통하고자 하며 이에 따라 이른바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섹터 '맑음', 해외 투자 꾸준히 선도
황만순 대표는 올해도 주요 투자처 중 하나로 바이오 섹터를 꼽았다. 그는 "한국투자파트너스의 기본적인 투자 전략은 '관련 산업 분야에 매년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되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라 비중을 조정한다'라는 것"이라며 "기술 및 시장 변화를 고려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AI 기술 자체, 로보틱스, 바이오, 자동화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서울대 약대 출신의 1세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특히 국내 VC가 해외 바이오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직에 오르기 직전인 2020년 국내 최초로 3500억원 규모 글로벌 바이오 전문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최근 미래에셋그룹, 국내 바이오 전문 하우스 등이 미국 바이오사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그의 투자 전략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우리는 2015년부터 미국 등 바이오 강국에 대한 바이오투자를 진행해왔는데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VC 업계 전체가 국내와 해외투자 비중을 조절하면서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진출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늘어나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올해 바이오 섹터 전망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진단을 했다.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기업 중 분야별로는 바이오 헬스케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단기적으로 2024년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이클의 문제이기도 하고 산업 내 성과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OCI나 오리온의 바이오 산업 진출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사의 밸류 하락으로 VC 업계를 떠나려하는 후배 바이오 심사역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단기간의 성과만 가지고 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과 성과를 같이 공유하고, 산업에 있는 경영진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벤처캐피탈) 업의 본질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면 좋겠다"며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많은 바이오 심사역들이 떠나면 남아있는 이들에겐 경쟁자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황만순 대표는 지난 3년의 임기를 마친 후에도 지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임이 결정됐다. 경영 2기를 시작하는 각오로 그는 "벤처캐피탈 업의 본질인 '산업계의 혁신가를 지원한다'는 대명제 하에 국민연금을 위시한 출자자에 대한 수익률 제고, 미래 산업과 성장을 위한 글로벌 진출을 확장하고자 한다"며 "업계 톱티어 VC로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과감히 집행하고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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