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릴레이 중단 배경엔 '백테스트 무용론' 하나·국민·신한은행 잇따라 판매 중지…과거 지수 기반 시뮬레이션 신뢰 잃어
최필우 기자공개 2024-02-02 09:19:0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09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주요 판매사인 시중은행이 잇따라 ELS 판매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대규모 손실을 낳고 있는 홍콩H ELS 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지수를 쓰는 ELS도 팔지 않기로 했다. 금융 당국이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을 암시하자 은행권은 자발적으로 중단에 나섰다.현실적인 판단도 판매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 파생상품 백테스트(back test) 결과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홍콩H 지수의 전례 없는 하락으로 인해 ELS 기초지수의 과거 흐름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 제도 개선 예고에 몸사리는 시중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0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ELS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판매를 중단했고 NH농협은행도 일찌감치 ELS를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대 은행 중 홍콩H ELS 손실 사태에 휘말리지 않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모두 판매를 멈추기로 한 것이다.

지난 29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가 판매 중단 결정의 도화선이 됐다. 정무위 의원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홍콩H ELS와 관련해 질의했다. 형식적으로 질의였을 뿐 대규모 손실에 대한 문책에 가까웠다. 은행의 ELS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 의원들도 다수였다.
김 위원장도 ELS 판매 금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금융위는 2019년 해외 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가 났을 때도 DLF를 비롯한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은행연합회를 필두로 은행권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ELS 판매 한도를 두는 것으로 규제 수위가 조정됐다.
당시 은행권은 DLF와 달리 ELS는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해외 금리연계 DLF가 신상품이어서 판매 채널과 투자자에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ELS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홍콩H ELS에서 DLF를 뛰어 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시중은행은 판매를 지속할 명분을 잃었다. 금융위가 재차 판매 금지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이자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홍콩H 대안 닛케이225, 손실 방지 장담 못해
은행권에선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보다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에서 제외하고 닛케이225, 유로스톡스50, S&P500 등으로 ELS를 구조화해 판매하자는 견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에서도 닛케이225는 홍콩H 지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ELS는 기초지수의 변동성이 클수록 더 높은 쿠폰 금리를 약정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갖고 있다. 닛케이225는 주요 지수 중 홍콩H 다음으로 변동성이 높아 상품성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닛케이225 ELS 판매 지속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홍콩H ELS 손실로 백테스트 결과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홍콩H 지수가 그랬듯 닛케이225가 3년 뒤 30~35%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닛케이225가 30여년 만에 신고가를 쓰며 고공행진 중인 것도 오히려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조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ELS 조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과거 지수 흐름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은행의 ELS 판매 재개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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