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 기업 리포트]암 정복 노리는 루닛, 데이터 플랫폼에서 답 찾는다②솔루션 기업에서 플랫폼 회사로 진화…빅파마 협업·M&A 추진
정새임 기자공개 2023-12-13 11:12:10
[편집자주]
인간의 영역에 AI(인공지능)가 스며드는 건 의료 및 헬스케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분석과 진단, 치료까지 할 수 있다면 AI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수적인 의료집단조차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AI 의료 시장을 겨낭한 벤처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기술력만 있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도 뻗어나갈 수 있다. 더벨은 국내 관련 기업들의 전략을 들여다보고 성장 잠재력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I를 통한 암 정복(Conquer Cancer through AI).' 루닛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슬로건이다. 올해 창립 10년, 코스닥 상장 2년을 맞은 루닛은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AI를 활용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AI를 통한 암 조기진단과 바이오마커 및 신약 개발 등 말 그대로 암과 관련된 의료 전반에 AI를 깔아보겠다는 것이 루닛이 그리는 그림이다.든든한 파트너사를 업고 탄탄히 매출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 단위 수치는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아직 루닛 연매출은 200억원에 불과한데다 영업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해외 시장에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해외 기업과의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루닛의 '암 정복' 목표를 이룰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루닛 인사이트-스코프 연결하는 거대 AI 플랫폼 구축 여정
현재 루닛의 매출은 △스크리닝(루닛인사이트)과 △온콜로지(루닛스코프) 두 개 축에서 나온다. 매출 비중으로는 먼저 개발된 루닛인사이트가 약 두 배 더 크다. 루닛인사이트가 빠르고 정확한 분석으로 암 조기검진을 목적으로 한다면 루닛스코프는 진단된 환자의 종양미세환경을 세밀히 분석해 치료제 효과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루닛스코프는 아직까지 연구용 매출이 전부지만 확장 가능성이 커 회사가 기대를 거는 분야다. 개화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AI를 통한 바이오마커 분석을 제시한다. 나아가 여러 바이오마커 분석법을 통해 최적의 암 치료를 이끌어내는 '멀티오믹스(다중체학)'를 꿈꾼다.
루닛스코프 확장은 신약 개발 진출로도 이어진다. 처음 루닛이 공개적으로 신약 개발을 언급했을 때 AI 진단 기업의 신약 개발을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항암 신약 개발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흐름이라면 루닛의 신약 개발 도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볼 수 있다. 유망한 바이오마커를 루닛스코프로 찾아 이를 타깃하는 신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루닛을 지탱하는 두 개 사업부를 통합해 거대한 AI 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10년을 바라보고 진행하는 장기 플랜이다.
엑스레이 등 영상 데이터, 조직 데이터, 유전체 정보, 혈액 등 생체정보, 의료기록 등 암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은 거대 플랫폼을 AI로 관리·분석해 모든 암에 대한 조기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을 펼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진단·바이오마커 분석 등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면 미래에는 환자 데이터가 총집합된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의료 플랫폼 시장에서 답 찾는다…빅파마 협업·M&A 적극 추진
올해 열린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루닛은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그 이면에는 루닛이 그리는 AI 암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에 루닛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비전이 담겨있다.
당장 루닛스코프가 상용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시한 거대한 비전이 허황된 꿈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루닛이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보다 AI의료 시장을 어디까지 바라보고 준비하느냐에 있다.
루닛은 AI 의료 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학회에 참석하는 곳이다. 글로벌 톱티어로 꼽히는 3대 AI 학회는 물론 3대 암학회에도 매년 빠짐없이 참석한다. 여기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루닛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핵심 전문가 집단에 각인시키고 AI 진단·바이오마커 활용의 가능성을 알리는 것, 또 하나는 전 세계 저명한 의료진 및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처음부터 루닛의 타깃은 해외 시장이었기 때문에 이뤄진 행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루닛인사이트는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해외 의료기기 기업들을 통해 주로 판매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루닛은 이들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남의 제품 속 하나의 툴로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루닛이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 글로벌 빅파마 및 의료기관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루닛스코프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위해서도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표적·면역 항암제는 '동반진단'이라는 큰 틀 아래서 임상과 허가, 치료가 이뤄진다. 루닛스코프가 해외 의료기관에서 널리 쓰일 수 있으려면 글로벌 빅파마가 기획하는 신약의 개발 및 임상 단계서부터 함께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루닛스코프의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해 후향적 연구로 데이터를 쌓는 데 집중했다. 최근부터는 글로벌 빅파마들과 동반진단으로 루닛스코프를 활용해 전향적 연구를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파트너사와 연구계획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루닛스코프가 동반진단으로 정식 인정받는다면 장기적으로 그리는 AI 플랫폼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신약후보물질 탐색과 M&A 등 퀀텀점프를 위한 여정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해 확보한 2000억원이 활용된다. 대상은 역시 해외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의료 플랫폼 기술을 지닌 회사를 후보군에 올렸다.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건 현재의 매출 확대 흐름으로는 10년 뒤 10조원이라는 외형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현재 회사의 최우선순위는 AI 플랫폼 구축"이라며 "해외 의료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M&A 매물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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