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11.5조 곳간 지켰다...하림 반갑지 않았던 이유 글로벌 해운동맹 급변, 선대 확대 불가피...2026년까지 중장기 투자 속행
임한솔 기자공개 2024-02-08 10:04:09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2월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하림그룹의 현금 동원력이었다. 자체 자금이 부족한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해 대규모 인수금융을 일으킨 뒤 HMM 보유 현금으로 이를 상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해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HMM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의 수였다. 앞으로도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코로나19로 인한 호황이 지나간 뒤 물류 경기 침체,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요즘이다.
HMM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림그룹과 HMM 매각 측의 최종 협상이 결렬되며 HMM의 새 주인 찾기는 다시 미뤄졌다. HMM은 보유 현금을 외부에 유출할 걱정을 덜고 기존 계획대로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됐다.
◇현금부자 HMM, 11.5조 어떻게 모았나
HMM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현금부자'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HMM의 현금 보유량(현금+단기금융상품)은 11조5042억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20.2%에 그친다. 현금이 차입금 총계(3조579억원)를 한참 웃도는 순현금 상태다.
HMM이 이처럼 풍족한 곳간을 자랑하게 된 건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불과 2019년 말까지만 해도 현금 보유량이 6508억원에 그쳤고 부채비율은 557%를 기록했다. 오랜 해운 경기 침체로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등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경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반전이 나타난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19로 인한 운임 상승이 HMM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컨테이너선 해운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0년 초 1022.72 수준이었으나 같은 해 말 2783.03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2022년 초 5000대로 고점을 찍었다.
HMM의 글로벌 협업 전략이 빛을 보기도 했다. HMM은 2019년 7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했고 2020년 4월부터 협력을 시작하면서 노선 확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HMM이 벌어들이는 현금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2021~20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18조8000억원가량을 창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기준 현금 보유량도 11조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호황은 길게 가지 않았다. 글로벌 물류가 정상화하고 컨테이너선 공급이 증가하면서 SCFI는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2023년에는 대체로 900~1000대에서 움직였다. 이와 함께 HMM의 벌이도 감소했다. 2023년 1~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3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분의 1 수준이다.
◇해운 경쟁력 강화 투자…하림그룹 반갑지 않았던 이유
다시 겪기 어려운 호황으로 목돈을 모은 HMM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2022년 7월 중장기 전략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2026년까지 컨테이너선·탱커·벌크선 등 선대 확대, 차세대 친환경 연료 개발 등에 모두 15조원을 쓴다는 내용이다.
HMM이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 관리 아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계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형 선사가 경쟁력을 갖는 해운업계 특성상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두고 회사와 채권단이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벌어지는 해운동맹의 재편은 HMM이 자체적으로 규모 확대를 꾀해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양대 축으로 구성된 2M이 2023년 초 결별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멤버인 독일 하팍로이드와 손잡고 2025년 신규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 제미니)'을 결성하기로 했다.
디얼라이언스 멤버 중 가장 덩치가 큰 하팍로이드가 이탈하면 디얼라이언스의 해운시장 점유율은 기존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HM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 등 나머지 디얼라이언스 멤버들이 신규 멤버를 유치하거나 자체 선대를 늘리는 방향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해운 투자의 중요성이 커진 시기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가로 6조4000억원을 써냈으나 보유 현금이 1조4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는 인수금융,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조달한 금액을 상환할 방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HMM 노조 등은 하림그룹이 HMM의 지휘봉을 잡을 경우 HMM 보유 현금을 배당으로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수립된 대규모 투자계획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동반됐다. 하림그룹은 HMM의 현금을 해운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불신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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