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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HMM 인수]'종합 물류기업' 좌초 하림, 숙원 사업에 쏠린 시선입장문 통해 매각 측 요구 우회적 비판, 총 7억 규모 물류센터 사업비 조달방안 관심

정유현 기자공개 2024-02-15 09:04:4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인수로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하림의 꿈이 좌초됐다. 매각 측(한국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과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HMM 인수전에서 줄곧 자신감을 표출해온 하림은 매각 결렬 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협상 과정에서의 매각 측이 요구해온 사항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림은 당분간 전열을 가다듬고 숙원 사업인 양재 물류센터 개발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약 7조원대의 사업비 조달을 위한 전략을 짜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주도권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사실상 하림이 인수 포기

산은과 해진공은 7일 우선협상대상자 하림-JKL컨소시엄과 7주에 걸쳐 협상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주식매매계약 및 주주간계약에 대한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달 한 차례 협상 기간을 연장하며 최종 합의에 이르는 듯 했으나 합의가 무산됐다.

하림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며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결렬에 관해서는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협상 과정에서 하림과 매각 측은 경영 주도권을 쥐기 위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매각 측은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림 측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영구채만 보유한 최대 채권자이기 때문에 과도한 경영 개입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 막바지에 하림은 1조6800억원 규모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3년간 유예 등 기존에 요구해온 사항을 대부분 포기하면서 협상에 임했다. 주주 간 계약 유효 기간 5년 제한 등의 요구도 철회했다.

FI로 하림 컨소시엄에 참여한 JKL파트너스를 지분 의무 보유에서 예외를 해달라고는 요구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각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자정까지 하림 측은 매각 측이 요구한 주주간 계약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하림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 물류센터 사업비 조달로 향하는 시선

하림은 HMM 지분 인수 추진과 함께 그룹의 숙원 사업인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조성 사업건도 진행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11월 지주사 하림지주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내세워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인 225번지 일대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계획안을 승인해달라고 서울시에 신청했다. 서울시가 1월 초 물류단지계획 통합심의위원회 본심의에서 하림산업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사업계획안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업은 서초구청의 건축 인허가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2025년 착공해 이르면 2029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양재동 물류 단지를 통해 하림그룹은 식품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자사 식품을 포함한 유통 밸류체인의 끝단인 B2C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그룹 물류부문 역량 강화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HMM 인수를 통해 그룹 차원의 종합 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꿨지만 끝내 못 이뤘다.

양재 첨단물류센터의 총 사업비는 6조8712억원 규모다. HMM 지분 인수에 써낸 6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보다 큰 규모다. 총 13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 시장에서 하림그룹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하림그룹의 물류단지 조성 비용은 토지·펀드 등 자기자본과 분양대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충당하고 HMM은 팬오션 유상증자, 선박 매각 및 유동화 하는 방식이었다.

일단 HMM 지분 인수건을 포기하면서 조달 부담감은 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는 하림이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일단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분간 하림은 해상 분야에서는 팬오션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양재 물류센터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림 측은 ”이번 HMM 인수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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