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040 컬렉터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최근 옥션에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알렉산더 칼더의 조각품이 경매에 출품됐다가 위탁자 요청으로 출품이 취소됐는데 이후 프라이빗세일에서 결국 팔렸다더라는 글이었다. 추정가가 최소 24억원부터 시작하던 고가의 작품이었다. 한 컬렉터가 남긴 댓글이 의미심장했다. "이런 작품의 거래 여부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아야 컬렉터들의 구입이 더 자유로워지고 거래도 원할해질텐데요."미술쪽 취재를 시작한 지 한달된 기자가 느낀 미술시장의 인상은 생산자도 있고 유통업자도 있는데 소비자, 투자자는 숨어있는 곳이다. 예술품을 만드는 작가, 그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회사는 모두 시장의 핵심 축이다. 그런데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최종 힘은 소비자인 미술품 컬렉터에서 나온다. 수많은 컬렉터들의 자본력이 작가들을 지원하고 키울 수 있는 근원이다.
그런데 대다수 컬렉터들은 숨고 싶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감추려는 성향이 강하다. 미술 비즈니스를 업으로 삼는 갤러리를 제외하고 개인이나 기업이 마음껏 자기 컬렉션을 오픈하는 일은 손에 꼽힌다. 좋은 작품일수록, 비싼 작품일수록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미술관 중에서 소장품 공개를 꺼리는 곳도 있다. 최고의 작품일수록 가장 깊숙하게 숨어들고 예술적 가치가 공유되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 있다. 미술품 소비를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들이 있다. 가진 이들만 누리는 사치품 정도로 보거나 불투명한 자금 거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느 기업 총수가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하면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미술에 애정을 쏟는 기업 오너나 자산가들이 많음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공개되지 못한다.
이게 감출 일일까. 감춰야 시장이 더 클 수 있을까. 미술품은 누군가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문화예술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다. 투자나 시장의 관점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의 기본 특성이면서 강력한 힘은 '공유'다. 공유가 되면 가치는 더 커진다. 작가가 예술 활동으로 작품에 1차 가치를 만든다면 이를 구매한 컬렉터들은 추가로 히스토리와 가치를 덧입혀 줄 제2의 작가다.
산업적 관점에서 봐도 아쉬움은 마찬가지다. 불투명한 시장이 커지긴 어렵다. 통상 자본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좋은 매물의 거래가 성사되면 해당 딜을 성사시킨 플레이어들의 몸값이 오르고 매수자는 축하를 받는다. 누군가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을 좋은 가격에 샀다면 축하할 일이다. 지금 미술시장은 다운 사이클에 진입해있다. 다음 사이클을 준비 중인 지금, 컬렉터와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도 전환할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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