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옛 것' 찾는 컬렉터 "지금은 한국적 미술 돌아볼 때"정태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침체기 고미술, 생존작가 초기작 관심 커져"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08 09:50:19
[편집자주]
미술품 옥션업체에서 경매사는 그 회사를 나타내는 얼굴이다. 미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 경매사들이 있다. 경매사는 호가를 리딩하고 작품 가치 끌어올리며 응찰자를 유도하는 일을 한다. 경매사들을 통해 미술 시장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 시장이 다운 사이클로 진입한 지금. 시장의 주요 유통채널인 옥션회사들은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을까.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엄청난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2022년을 지나 침체기를 겪고 있다. 혹자는 한국 미술 시장의 민낯을 드러난 시기로 보기도 한다.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과거 침체기를 복기하며 저평가돼온 작품들을 탐색 중이다.정태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겸 온라인경매팀장(사진)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의 트렌드를 '한국적인 미술'이란 키워드로 설명했다. 정태희 팀장은 "시장 침체기가 되면 해외 작품이나 익숙치 않은 미술품의 거래는 줄고 희소성이 높은 문화재급 고미술품이나 잘 아는 한국작가의 저평가된 초기작품의 관심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사진)이 1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달항아리 백자대호가 34억원에 팔렸다. 정 팀장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 같은 작품은 호황인 시장에서는 소외받던 미술품이었다"며 "새로운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던 활황기와는 달리 옛것을 돌아보자는 취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의 영역에서도 생존 작가 작품의 경우 최근 제작품보다는 관심 받지 못했던 구작이나 초기 시리즈들이 언급된다. 현재 고가에 팔리는 작가 작품 중 중저가 수준에서 멈춘 작품들을 중심으로 오를 여지가 있는 매물을 물색할 필요도 있다. 컬렉터들이 찾는 작품도 그런 것이다.
지난해 서울옥션의 경매 낙찰총액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큰 폭 꺾였다. 미술시장의 1차 유통업체인 화랑, 아트페어도 너나할것 없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축소된 시기였다. 정 팀장은 "미술시장 역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중요한데, 기반이 부족한 상태로 맞이했던 호황의 거품이 그만큼 거품이 쉽게 꺼져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과거 호황을 맞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새로운 컬렉터들의 시장 진입이며 둘째는 젊은 작가의 등장과 블루칩 작가들의 국내외 인정, 셋째는 해외 미술품의 국내 시장 진입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커지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자본력이 비교적 약한 젊은 컬렉터들의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활황을 만들어낸 원동력들도 사그라들었다. 신규 작가가 등장하지 못해 작품 자체에도 정체가 일어났고 호황을 부추긴 해외 아트페어의 기저효과 까지 맞물리자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극대화됐다.
올해도 미술 시장의 불황이 지속될까. 미술 시장은 우선 작품을 찾는 수요가 기반이 되고 그에 따라 자본의 유입이 만들어지며 매매 분위기가 조성되는 영역이다. 정 팀장은 "시장을 운영하는 옥션사들은 좋은 작품을 발굴, 소개하고 작가들은 작품의 내실을 다지며 컬렉터들은 다음 사이클을 도모하기 위해 깊이있는 스터디를 전개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한국 작가들 가운에 해외에서 활동하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가를 주목해볼 것을 추천했다. 정 팀장은 "지난 호황기에 한국 작가들이 해외에 많이 노출되기 시작했다"며 "해외 갤러리들이 현재 이들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해당 작가들의 해외에서의 활동은 어떤지 평가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호황기를 거치면서 유입된 새로운 컬렉터들의 경우 정보가 많고 외국어에 익숙한 특성을 띠고 있다. 이들 젊은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작가나 작품들에 대한 스터디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시장의 국면이 전환되면 언제든 이들의 잠재적 수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 팀장은 "경매시장의 규모가 과거 수준으로 회귀했으나 그때와 달리 체력을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 팀장은 "낙찰총액만 보면 시장이 크게 꺾였으나 낙찰률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며 "펌핑된 시장이 잠잠해졌으나 좋은 작품이 나오면 경합도가 높지 않다보니 오히려 준비된 컬렉터들은 구매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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