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넥스트 HBM' CXL 뜬다, 메모리 1위 자존심 회복할까④'컨소시엄 멤버' 삼성·인텔 등 개화 견인할 듯…2.0 제품 연내 상용화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16 13:04:4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메모리 업계를 관통한 키워드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였다면 올해는 컴퓨트 익스프레스링크(CXL)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CXL 시장은 2023년 1400만달러(약 187억원)에서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CXL D램이 80%(약 16조원)를 차지할 전망이다.HBM 경쟁에서 다소 밀렸던 삼성전자는 CXL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분주하다. 하반기부터 전용 중앙처리장치(CPU)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CXL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빅테크 기업 주목하는 CXL, '연결성'이 핵심
CXL은 2019년 등장한 개념으로 메모리 채널과 다른 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고속 인터페이스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컴퓨터 시스템 내부에서 다양한 컴포넌트 간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기술이다.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CPU 1위 회사 인텔은 CXL을 제안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알리바바, 시스코, 델, 메타, 구글, HPE, 화웨이 등과 CXL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오라클,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도 합류했다. D램 제조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CXL의 핵심 가치로 연결성(또는 확장성)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부터 CXL이 급부상했는데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하게 확산된 점과 일맥상통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학습 및 추론을 무한 반복한다. 챗GPT 등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AI 활용도가 대폭 늘어 기존 인터페이스 규격(PCIe)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연결할 수 있는 메모리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병목 현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CXL에 주목했다. CXL은 이론상 D램 등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게 한다. 통신규약(프로토콜)을 하나로 묶어 데이터 흐름을 원활케 하고 전력효율을 높여주기도 한다. HBM과 더불어 CXL이 AI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배경이다.
고객 니즈 대응 차원에서 메모리 업계는 CXL 기반 D램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해당 제품인 'CMM-D램'을 개발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센터 등에서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대체할 수 있고 시스템 용량은 테라바이크(TB)급으로 키울 수 있다"며 "서버를 교체하거나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도 용량을 손쉽게 확장하는 것이 특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PCIe와 호환 가능한 부분도 긍정 요소다. PCIe는 하드웨어와 디바이스 간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연결 표준으로 한 번에 하나의 비트씩 데이터를 순차 전송하는 직렬 통신 방식이다. CXL 기반 D램의 경우 대역폭이 넓어 한 번에 여러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PCIe와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L의 또 다른 특징은) 적은 수의 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신호 간 간섭이 적어 데이터 처리 과정이 비교적 매끄럽고 지연 현상도 최소화한다"면서 "새로운 장치 추가 시 하나의 선만 연결하면 돼 시스템 확장 또는 변경이 용이하고 운영비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 이어 AMD도 'CXL 시대' 맞이, 속도 내는 SK하이닉스
CXL 기반 D램 보급이 활발해지려면 호환 가능한 CPU가 필수적이다. 현재 CXL은 1.0을 개선한 1.1까지 상용화했고 하반기 중으로 2.0 제품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인텔과 AMD 등이 전용 CPU를 선보이는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5월 CXL 2.0 D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초 2023년 내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관련 CPU 출시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정이 밀렸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CXL 2.0 샘플을 공개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화룡점정은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예상되는 인텔의 CXL 2.0용 CPU 출시다.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나 하반기부터는 주요 서버업체가 해당 칩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이어 AMD까지 CXL 2.0 대열에 합류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수혜를 받게 된다.
CXL 2.0에서는 '메모리 풀링'이 핵심적인 개념이다. 서버 플랫폼에서 여러 개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여러 호스트가 풀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CXL 메모리의 전 용량을 유휴 영역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업용 리눅스 운영체제(OS)인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 CXL 메모리를 최적화하고 동작 검증을 완료했다. 이에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손쉽게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CXL 2.0 메모리 확장 솔루션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2.0 등을 내세워 CXL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메모리 업황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가운데 HBM에 이어 CXL까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실적도 큰 폭의 반등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삼성전자가 HBM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CXL에 많은 힘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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