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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이 바이오 스타트업씬에 미칠 나비효과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2-21 08:22:3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무려 19년만의 증원이다. 2035년까지 1만명을 더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 특정 학과에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해 필수 의료 분야 인력을 키우고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사 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미래의 일이기는 하지만 의대 졸업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에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될성 부른 떡잎을 알아보고 이들을 키워 유니콘 기업 탄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업계다. 의사 수가 증가하면 그 중 일부는 의료 및 바이오 창업가로 나서 관련 스타트업씬이 활기를 띄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심사역으로 변신할 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미 비슷한 현상을 목도하기도 했다. 2009년 로스쿨이 대규모로 문을 열면서 매년 매출되는 변호사 수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법조계는 물론 정부, 기업, 사회 전반에 걸쳐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일부는 창업으로 진로를 변경해 리걸테크 인더스트리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김명기 로앤굿 대표, 이진 엘박스 대표, 김용환 리걸케어 대표 등이 모두 변호사 출신 창업가들이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출시된 게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14년이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데 따른 공급과 수요 원칙에 기반해 나온 창업아이템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의료 테크나 바이오 스타트업 모두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바이오산업의 성장 기대감이 높다는 것도 주목할 요인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은 스탠포드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결과적으로 AI반도체 시장을 주름 잡는 1인자가 됐지만 정작 그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전공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생물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무병장수를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은 영원할 것이기에 바이오와 의료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모를 일이긴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 출신 창업가가 늘어나고 이들이 세운 의료 및 바이오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같은 존재감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허황된 장밋빛 전망에 그쳐선 안된다.

전제 조건은 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의사 수가 늘어나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모험자본도 바이오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 자금 의존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에 대한 관심을 거둬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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