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Musical Chart]클립서비스 <오페라의유령>, 티켓 판매 1위…흑자 전환 '기대'②최고가 티켓 최다 관객 동원, 클립서비스와 제작자회사 에스앤코 '함박웃음'
이지혜 기자공개 2024-02-23 13:47:55
[편집자주]
2023년 뮤지컬 시장이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2022년 일시적 호황기를 구가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빗나갔다.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등 대작이 쏟아진 덕분이다. 지난해를 빛낸 뮤지컬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이를 빚어낸 제작사는 어디일까. 2023년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낸 작품과 기업을 순위대로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클립서비스와 제작 자회사인 S&Co(이하 에스앤코)가 뮤지컬 <오페라의유령>에 힘입어 2023년 뮤지컬 분야 티켓판매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록은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에게 있어서 의미가 깊다. 2020년 이래 1위를 탈환했다는 것 외에 부산 등(수도권 제외, 대극장 기)한 지방에서 최다 공연, 최장기공연 1위 등 신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진행된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티켓 판매액 상위 8위에 들었다.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가 함께 만든 작품이 티켓판매액 상위 10위에 두 건이나 오른 것은 약 3년만이다.
◇매출 상위 10위에 <오페라의유령, 캣츠>
20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뮤지컬은 서울에서 상연된 <오페라의 유령>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2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의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진행한 <오페라의 유령>은 티켓값이 VIP석 기준 19만원을 기록하는 등 상당히 높았는데도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와 부산 등에서 공연한 기록까지 합치면 상연 기간과 티켓 판매 매출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부산 공연은 2023년 티켓 매출 상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최다 공연, 최장기 공연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월 20일부터 3월 12일까지 상연된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티켓판매 매출 상위 8위에 올랐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캣츠는 국내 대표적 킬러 콘텐츠 뮤지컬"이라며 "대극장 뮤지컬 기준으로 국내 최초로 누적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가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The Really Useful Group(더 리얼리 유스풀 그룹)과 맺은 단독 계약이 주효했다. The Really Useful Group은 세계적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77년 설립한 기업이다.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국내에서 공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흥행 비결은 원작에 충실한 재연, 배우 티켓파워까지
<오페라의 유령>은 전세계적으로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꼽힌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 1억 6000만명의 관람객을 확보했다. 이뿐 아니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데스크상을 비롯한 전세계 메이저 어워드 70여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내용은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집필한 원작 소설과 같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무명 무용수였던 '크리스틴'과 그를 키우는데 일조했던 '유령'의 이야기다.
흥행의 비결은 충실한 재현이다. 뮤지컬 제작을 맡은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모든 소품을 원작과 똑같이 만들어냈다. 해당 공연은 라이선스 뮤지컬, 그 중에서도 레플리카 작품이다. '레플리카'는 언어만 한국어를 쓸 뿐 무대 장치부터 편곡, 대사, 동선까지 모든 것을 원작과 동일하게 구현하는 작품을 의미한다.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이사(CEO)는 지난해 3월 열린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 공동인터뷰에서 “한국 공연을 위한 세트를 영국과 똑같은 컨디션으로 완벽하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대표적 예시가 샹들리에와 지하 호수다. <오페라의 유령>에는 객석으로 1톤 짜리 샹들리에가 곤두박질하는 장면 등이 있는데 이를 치밀하게 연출, 지하 호수도 원작의 느낌을 살려 구현했다. 당시 신 CEO는 “파리 오페라하우스가 그대로 옮겨진 듯한 예술작품을 보듯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유령' 역에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그리고 '크리스틴' 역에 손지수, 송은혜 씨 등을 선임하며 실력파 배우를 총동원했다. 배우 조승우 씨는 뮤지컬시장에서 상당한 티켓파워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상당한 제작비가 들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뮤지컬의 제작비는 200억~300억원 정도가 드는데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비는 이를 넘었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평이다.
이 때문인지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업계에서도 티켓 가격이 높은 편에 들었다. VIP석 가격이 19만원이었다. 최근 몇 년 간 VIP석 가격이 14만~17만원선인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컸다.
<오페라의 유령>이 인기를 끈 데에는 희소성도 한몫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서 한국어로 공연된 것은 2001년과 2009년 등 단 두 번뿐이다. 이후 해외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만 이뤄지다 13년 만에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졌다.
◇코로나19 타격에 적자 만회할까, 2023년 실적 기대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해 최고 흥행작에 오른 데다 <캣츠>도 선전하면서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를 향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클립서비스는 모회사로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 세일즈 등을 담당했고 에스앤코는 제작을 맡아 시너지를 냈다.
클립서비스는 2000년 3월 설립된 기업으로 업력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공연 기획부터 투자, 제작, 배급, 투자유통, 마케팅, 미디어, 극장운영에 이르기까지 공연산업 전 분야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시절부터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시장을 만든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립서비스가 ‘최초의 초대형 메가급 뮤지컬 제작’ 등 수식어를 단 배경이기도 하다. 클립서비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2013년 에스앤코를 설립하며 뮤지컬 제작사업을 본격화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클립서비스는 에스앤코 지분을 100% 보유해 자회사로 뒀다.
한 마디로 <오페라의 유령>은 모회사인 클립서비스와 자회사 에스앤코가 투자와 제작을 맡아 시너지를 낸 2023년 최고의 성과인 셈이다. 주최를 맡은 '오페라의유령문화산업전문회사'는 클립서비스가 해당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클립서비스가 2023년 흑자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20년 클립서비스와 에스앤코가 <오페라의유령> 내한공연으로 티켓 판매매출 1위를 거머쥐었을 당시에는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객석 거리두기 등을 시행한 탓에 전석이 매진돼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2020년 적자를 낸 이유다.
이후에도 클립서비스의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클립서비스는 2020년 영업손실 66억원을 내고 2021년 흑자 전환했지만 다시 2022년 영업손실 33억원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60억원대에 이른다. 2019년까지만 해도 뮤지컬 제작기업 가운데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단행하겠다며 공언했던 것과 대비된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객석 거리두기, 공연 취소 등이 많았던 시기라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클립서비스가 워낙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2023년 실적이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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